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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교복 자유화 후 학생선도 대책 미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자율화 조치로 방학동안 머리를 기른 학생들이 다방·술집·극장 등 출입이 금지된 유흥업소를 거의 마음대로 드나들고 있다. 이 때문에 유흥업소 주변을 무대로 하는 청소년 범죄·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관계당국은『교외생활지도가 한계에 이르렀다』며 그 책임을 사회로 돌리는 반면 일반인들이나 업소측에서는 청소년선도를 관심 밖의 일처럼 여겨 학생들은 선도부재(선도부재)의 사각지대에서 방황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변두리인 광명시 광명동 S다방의 경우 요즘 학생 출입이 부쩍 잦아지고 편싸움을 벌이는 등 폭력이 난무해 주인 김모씨(40·여)의 신고로 경찰이 단속에 나섰으나 청소년들의 행패는 그치지 않고 있다.
또 지난 9일 밤 11시쯤 서울 가리봉동 138 파노라마 맥주홀에서 술을 마시며 춤을 추던 최모양(17·서울 C여고 2학년) 등 여고생 2명이 박옥춘씨(22·무직·신안군)에게 끌려가 차례로 욕을 보기도 했다.
이 밖에 10일 하오 5시 20분쯤엔 서울 독산3동 979의 19 앞길에서 이 동네 김모군(16· 서울 J고 l년) 둥 4명이 친구 정비호군(15·강서중학 중퇴)을 쇠파이프로 때려 숨지게 했고 하루전인 9일 상오 11시 20분쯤에는 서울 신림4동 1555의 14 미림중 앞길에서 박모군 등 이 학교 클럽회원들이 집에 가던 이승환군(16·미림중 3년)을 마구 때린 뒤 흉기로 찔러 그 자리에서 숨지게 하는 등 대낮의 큰길에서 학생폭력이 잇따르고 있다.
또 지난 6일 하오 6시 30분쯤에는 김모군(17·H공고 1년) 등 고교생 4명이 창신l동 라스베가스 미니나이트클럽(주인 이제홍·35)에 들어가 술을 마시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춤추다 만난 신모양(16) 등 2명을 인근 성남 여인숙으로 끌고 가 차례로 욕을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청소년들의 비행과 폭력이 일어나는 곳은 대부분 유흥업소가 주무대다.
그러나 업주들은 『학생인지 일반인인지 일일이 확인해서 내쫓을 수는 없지 않느냐』며 영리에만 급급, 학생출입을 묵인하고 있다.
서울시 교육위원회는 개학과 함께 학생들의 탈선을 우려, 모든 시민이 학부모나 교사의 입장이 되어 선도에 앞장서 줄 것을 요망하는 등「사회의 학교화운동」을 호소했으나 호응은 거의 없는 편.
교위측은 게다가『일선교사가 교외생활지도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며 지난달 16일 이후엔 경찰과의 합동단속도 실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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