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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에너지' 급속 고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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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이라크전에 이어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여파가 덮치면서 경상수지 적자가 외환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소비가 두달 연속 감소하고 생산활동도 크게 위축되는 등 실물경기가 심각한 불황 조짐을 보이고 있다. 향후 경기전망도 어두운 가운데 정부는 추경예산 편성 등 본격적인 경기부양책을 준비하고 있다.

◇치솟은 경상수지 적자=한국은행은 29일 지난달 경상수지가 11억9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해 지난해 12월 이후 4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고 밝혔다.

한달 적자 규모로는 외환위기 이전인 1997년 4월(16억달러) 이후 6년 만에 최대다.

이에 따라 올 1분기(1~3월) 경상수지 적자는 16억8천만달러에 달해 한은이 이달 초 발표한 전망치(14억달러)보다 많아졌다.

특히 상품수지가 지난달에 6천만달러의 적자를 보였다. 상품수지 적자는 97년 10월(1억달러) 이후 처음이다. 이라크전의 영향으로 국제 기름값이 크게 오르면서 수입이 급증한 반면 수출 증가세는 둔화했기 때문이다.

한은은 그러나 최근 국제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섬에 따라 4월 경상수지 적자폭이 4억~5억달러로 줄어들고 5월에는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조성종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고유가의 영향으로 경상수지가 7억달러 정도 악화된 데다 국내 기업들이 외국인 주주들에게 지급한 배당금이 많아 적자폭이 예상보다 커졌다"며 "이자.배당금을 합친 소득수지가 다음달 흑자로 돌아서면 전체 경상수지도 흑자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물경기 불황=통계청이 발표한 '3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산업생산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증가하는 데 그쳐 2월(10.2%)에 비해 증가율이 뚝 떨어졌다.

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상태인 도소매 판매는 3.0% 감소해 전달(-1.8%)보다 감소폭이 더 커졌다.

그동안 경기가 괜찮았던 자동차 및 차량연료 판매도 감소세(-2.8%)로 돌아섰다. 재고 증가율은 11.4%를 기록, 넉달 연속 재고가 늘어났다.

경기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축인 설비투자도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실물경기가 '소비 감소→재고 증가→생산 위축' 의 악순환에 빠져드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현재의 경기상태를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5포인트 감소하며 두달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또 대략 13개월 뒤의 경기상황을 예측하는 경기선행지수도 전달보다 1.3%포인트 감소해 11개월 연속 하락했다. 경기가 계속 가라앉는 가운데 전망도 밝지 않다는 신호다.

이상렬.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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