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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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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인도의 성자 「간디」도 젊은 시절 생명보험에 든 일이 있었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면 아내와 아이들을 부양하는 무거운 짐이 가난한 형에게 돌아갈 것을 걱정한 것이다.
그무렵 1만루피짜리 보험이면 지금 우리 돈으로 5백만원이나 될까. 하지만 그 정도의 마련이라도 해놓는 것이 그에겐 위안이 되었던 것 같다.
보험은 우연한 사고로 발생하는 경제적 필요를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분담하는 제도다. 「우연한 사고」란 그야말로 천파만파의 세상에선 언제 누구에게 닥칠지 모른다.
보험제도는 원래 이탈리아에서 제일 먼저 시작되었다. 지중해의 해상무역이 성행했던 시절, 해상대차에 의한 손해가 발생하면 달리 판상을 받을 길이 없었다. 로마교회는 이자금지령을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해적의 출몰 또한 잦았다. 베네치아에서 알렉산드리아로 가는 상선의 25%는 해적의 습격을 받았다는 기록도 있다. 4회에 1회씩 있었던 셈이다.
이탈리아는 14세기에 벌써 그런 우연한 사고들에 대한 해상보험제도를 만들어냈다. 해상무역의 중심이 포르투갈, 스페인, 영국, 한자동맹으로 확대되면서 해상보험도 널리 확산됐다.
생명보험은 1762년 영국 천문학자「G·하리」에 의해 작성된 「브례스라우생명표」의 영향을 받아 처음으로 영국에서 선립되었다. 회사이름도 에퀴터블 소사이어티(Equitable Society). 에퀴터블은 부담을 공평하게 나눈다는 뜻으로 붙인 이름이다.
오늘날은 보험의 발달이 극치에 달한 느낌이다. 인체의 손가락에서부터 온갖 재해와 재난에 이르기까지 보험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구석이 없다. 세기적인 축구선수 「펠레」(브라질)는 자신의 다리를 걸어 1백만달러짜리 상해보험에 들기도 했다.
결국 이런 제도는 가입자뿐 아니라 그 사회의 안정에도 기여한다. 공장의 근로자도, 운전사도, 고령의 샐러리맨도 심리적인 안도감을 가질 수 있다.
미국작가 「아더·밀러」의 소설 『세일즈맨의 축음』이 생각난다. 주인공 「월리·로먼」은 63세의 나이로 평생을 세일즈맨으로 살아오다가 만년에 다른 회사로 직장을 옮긴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그에겐 수입보다는 피로와 회한이 쌓인다. 어느날 그는 갑자기 자동차의 액셀러레이터를 밟는다. 자살이다.
그에겐 남모르는 최후의 기대가 있었다. 보험금이다. 월부(월부)로 산 집값을 제때에 치르지 못해 절절매는 아내에게 보험금이라도 타게하려 했었다.
차라리 이 경우는 인간적인 감동이라도 있다. 요즘 떄떄로 일어나는 우리주변의 보험금사기사건들은 하나같이 비정과 파렴치를 담고 있다. 새삼 이지러진 세태의 단면을 보는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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