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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공동 방위軍' 창설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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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유럽의 독자 방위를 위해 유럽 공동방위군을 창설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유럽 공동방위 주장은 2001년 벨기에 라켄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서도 이미 천명됐지만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을 겪으면서 그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유럽이 보다 강력한 군사력으로 무장하지 못하면 미국이 주도하는 대로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유럽의 다국적 방산업체인 EADS와 탈레스, BAE 시스템의 최고경영자(CEO)들은 29일자 르몽드 공동 기고를 통해 유럽 공동방위를 더 이상 늦춰서는 곤란하다고 역설했다.

유럽의 군사력 강화로 한몫 챙길 수 있는 방산업체들의 주장이긴 하지만 이는 유럽 정가에서 공통적으로 들리는 목소리이기도 하다.

특히 프랑스.독일.벨기에.룩셈부르크 등 반전 진영에 섰던 유럽 국가들은 자주 안보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끼고 있다.

이들 4개국은 2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2004년까지 유럽군 통합사령부를 설치하자"고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회담을 제안한 기 베르호프슈타트 벨기에 총리는 "유럽공동방위군의 창설이 보다 일관성 있는 공동 외교정책을 펼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회담에서 ▶일부 선도 국가들의 협력 개시▶공동방위군 창설을 위한 구체적 좌표 설정▶다른 회원국들의 참여 유도 등 공동방위 3단계 전략을 중점 논의했다고 밝혔다.

현재 EU 15개 회원국은 1백60만명의 병력을 갖고 있지만 유럽은커녕 회원국 각자의 안보를 감당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는 게 이들 4개국의 판단이다. EU 전체를 합쳐도 국방예산이 미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에 따라 4개국은 일부 회원국의 부족한 군사력을 메울 수 있도록 돕는 EU 공동기구를 설립하는 방안을 제안할 계획이다.

이들 4개국은 그러나 이번 회담이 미국에 대항하는 움직임으로 비춰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이 회담을 4개국 이상으로 확대하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특히 반전으로 손상된 대미관계 개선을 바라고 있는 프랑스는 "유럽 공동방위전략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지만 이는 유럽과 미국의 긴밀한 협조 아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리=이훈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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