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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식생활의 "중용"|제자=김사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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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빵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노골적으로 외쳐댄 프랑스대혁명은 물론, 우리역사의 크고 작은 민란이며 나아가 왕조의 몰락도 모두 굶주림에서 비롯되었다.
먹는 걱정 없이 살아보는 것이 평범한 사람들의 가장 절실한 소망이었던 것도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의 일이다.

<체위 향상엔 기여>
인류는 출현과 더불어 살아남기 위해선 충분한 먹을 것을 필요로 했고, 그것을 위해 싸워왔다. 오늘날도 저개발국가에서 1천만이 넘는 사람들이 굶주림과 굶주림에 따른 질병으로 숨져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 나라도 급속한 공업화와 함께 국민소득이 높아가고 생활이 윤택해지면서 식생활 면에도 큰 변화를 맞게되었다. 살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 먹는 즐거움도 생각해보게 되었고, 푸성귀일색이던 식탁에는 잔치상에나 오르던 생선이며 육류가 자주 나타나게 되었다.
이러한 식생활의 변화에서 오는 단백질·지방섭취의 증가는 국민 체위를 향상시켰고, 병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 결핵을 비롯한 각종 세균성전염병의 퇴치에도 크게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한국 영양학회장 성낙응 박사(이대의대학장)는 우리 나라에서 굶주림 그 자체는 분명히 해결되었다고 말한다. 이는 인간의 활동을 지탱할 수 있는 에너지, 즉 충분한 열량을 섭취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인간이 정상적인 활동을 영위하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충분한 열량을 섭취하기만 하면 되는 것은 아니다.
각 영양소의 균형 있는 섭취, 비타민이나 미네럴의 충분한 공급 하에서 인체의 각 부위는 활력 있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가공식품 당분 많아>
현재 국내의 영양학자들이 말하는 성인남녀의 필요열량은 남자가 하루 2천7백 킬로칼로리, 여자는 2천2백 킬로칼로리다. 이 열량을 탄수화물 65∼70%, 지방 15∼20%, 단백질 15∼20%의 비율로 섭취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우리 나라의 식사형태를 보면 탄수화물이 80%이상을 차지하고 지방과 단백질의 섭취는 평균적으로 볼 때 부족한 실정이다. 그러나 식사패턴이 점차 서구화되면서 지방 및 단백질의 섭취가 증가하고 가공식품의 소비가 늘어남에 따라 각종 서구적인 병도 증가하고있다.
요즘 암·심장병·당뇨병 등 성인병이 급증하는 현상도 지방·단백질·당분 등의 지나친 섭취 등 식사형태의 변화에도 기인한다.
따라서 오늘날의 영양개선이란 단순히 영양부족상태의 개선이란 의미에서 벗어나 각 영양소의 균형 있는 공급이라는 차원으로 확대되었다.
미 상원 영양문제 특별위원회가 75∼77년에 걸쳐 전세계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대의 각종질병은 대부분 잘못된 영양섭취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이 위원회는 조사결과에서 균형 있는 식사를 하게되면 암은 20%, 심장병 등 각종 혈관성 질환은 25%, 당뇨병 등 혈당증 질환은 50%, 비만증은 80% 이상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앞으로의 의학은 영양의 균형 있는 공급을 통한 체내 각 세포의 정상적 영양밸런스 유지에도 눈을 돌리고 이를 통해 건강을 유지, 회복시켜야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평균 수명은 크게 늘었어도 실상 40대 이후의 기대여명은 큰 진전이 없고 특히 성인병환자의 평균수명은 51세에 불과한 것을 생각하면 음식의 중요성은 대단한 것이다.
필요이상의 영양섭취로 비롯되는 가장 큰 문제는 비만증이다.
한때 비만이 부의 상징처럼 잘못 인식된 적도 있었으나 요즈음에는 비만은 일종의 병이란 인식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
각종 심장병과 당뇨병이 비만한 사람에게 2∼3배 이상 많이 나타나는 것도 비만과 수명과의 관계를 나타내 주는 자료다.
과도한 지방의 섭취는 체내에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고, 체내에서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원으로 소모되지 못한 콜레스테롤이 혈관 벽에 쌓여 동맥경화, 심근경색 등 심질환을 유발한다. 미국이나 핀란드에 심장병이 특히 많은 것도 이러한 동물성지방을 지나치게 섭취하기 때문이다.
또한 당분의 과잉섭취는 당뇨병의 원흉이다. 설탕은 체내에서 이용하기 쉬운 훌륭한 에너지원의 하나지만 지나칠 경우에는 혈당량을 증대시켜 당뇨병을 유발한다.

<경수엔 미네럴 풍부>
요즈음은 각종 가공식품에도 많은 양의 당분이 함유돼,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실제는 훨씬 많은 양의 당분을 먹고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단백질은 신체의 구성이나 활동의 기본적 물질이다. 그러나 단백질도 지나치면 오히려 암의 증식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백질이 체내에서 분해될 때 생기는 아민이란 물질은 발암물질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과잉섭취와는 달리 비타민, 미네럴 등의 섭취는 오히려 줄고있는 경향이다.
우리의 신체는 탄수화물·지방·단백질뿐만 아니라 20종류의 비타민과 철분·칼슘 등 16종류의 미네럴을 필요로 한다. 뼈나 혈액·각종 호르몬 등 인체의 정상적 유지에 이러한 비타민·미네럴의 존재는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경수를 마시는 지역에 심장질환이 적은 것도 마그네슘, 칼륨 등의 미네럴이 경수에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모자라거나 지나침이 없는 중용의 도는 식생활에서도 꼭 필요한 이야기인 것이다. <박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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