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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여 만에 3집 음반 낸 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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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새 앨범을 낸 뒤 보통 3개월 안에 승부가 갈린다고 한다. 그 안에 뜨지 않으면 음악은 잊히는 길을 걷는다는 것. 그런데 가수 린(24.본명 이세진)의 경우는 좀 달랐다. 지난해 발표한 곡 '사랑했잖아'는 4개월여 만에 1위 자리에 올랐다. 천천히 상승세를 타더니 그 해가 저물 때까지 여기 저기서 들렸다. '사랑했잖아'는 태진미디어가 집계한 2004년 노래방 인기곡 10위권에 든 유일한 여가수의 솔로곡이 됐다. 그런 그가 3집을 들고 왔다.

린의 노래가 꾸준히 사랑받은 데는 음색이 차지한 몫이 컸다. 폭발적인 가창력이나 영혼을 토해내는 듯한 거친 느낌과는 거리가 멀다. 곱게 다듬어 체에 한번 더 거른 듯한 목소리. '아, 곱다'라며 고개를 한번쯤 돌려 보게 한다.

"비성이 아닌 흉성으로 힘있게 부르고 싶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사람마다 얼굴이 제각기 다르듯 목소리의 색깔도 다르잖아요. 제 색깔이 독특하다는 걸 감사하게 생각해요."

3 집에서는 그 고운 목소리로 다양한 맛을 보여준다. 몇몇 곡은 전보다 더 힘이 들어갔고, 어떤 곡은 더 매끄러운 느낌이다. 영화 '연애의 목적'에 삽입된 'Naughty Girl(장난꾸러기 소녀)'이 앨범보다 먼저 공개되자 "린의 목소리와 닮은 가수가 나왔나보다"는 반응도 나왔다. 예의 '애절한 발라드'가 아닌 경쾌한 리듬이 다소 낯설어서다.

린은 "알앤비와 힙합, 솔 등 흑인음악의 범주 안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이려 애썼다"고 말했다.

음반에 참여한 동료 가수들의 면면으로도 다양성을 엿볼 수 있다. 휘성.거미.에릭(신화).이민우(신화).김재석(원티드).영지(버블시스터즈).에디…. 그는 "같이 작업하면서 창법 등도 배울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귀띔했다.

린은 앨범에 수록된 14곡 중 6곡의 가사를 썼다. 그리고 전곡 프로듀싱을 맡았다. 작.편곡도 할 줄 알지만 "그 재주는 아껴두고 있다"고 말했다.

"제 노래가 길거리에 퍼진다고 해서 인기 가수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언젠가 사랑받지 못할 때를 생각해서 이미 많은 걸 버리고 있어요."

그는 얼마 전 부산에서 열린 오랜 팬의 결혼식에 만사를 제쳐 두고 날아가 축가를 불렀다.

"대중들이 편안한 친구로 생각해주는 가수가 되는 게 목표예요. 다들 저를 연예인으로 봐주니 쉬운 일은 아니지만요."

그의 노래가 질리지 않았던 이유는 어쩌면 음색보다는 그 마음가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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