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의 노래가 꾸준히 사랑받은 데는 음색이 차지한 몫이 컸다. 폭발적인 가창력이나 영혼을 토해내는 듯한 거친 느낌과는 거리가 멀다. 곱게 다듬어 체에 한번 더 거른 듯한 목소리. '아, 곱다'라며 고개를 한번쯤 돌려 보게 한다.
"비성이 아닌 흉성으로 힘있게 부르고 싶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사람마다 얼굴이 제각기 다르듯 목소리의 색깔도 다르잖아요. 제 색깔이 독특하다는 걸 감사하게 생각해요."
3 집에서는 그 고운 목소리로 다양한 맛을 보여준다. 몇몇 곡은 전보다 더 힘이 들어갔고, 어떤 곡은 더 매끄러운 느낌이다. 영화 '연애의 목적'에 삽입된 'Naughty Girl(장난꾸러기 소녀)'이 앨범보다 먼저 공개되자 "린의 목소리와 닮은 가수가 나왔나보다"는 반응도 나왔다. 예의 '애절한 발라드'가 아닌 경쾌한 리듬이 다소 낯설어서다.
린은 "알앤비와 힙합, 솔 등 흑인음악의 범주 안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이려 애썼다"고 말했다.
음반에 참여한 동료 가수들의 면면으로도 다양성을 엿볼 수 있다. 휘성.거미.에릭(신화).이민우(신화).김재석(원티드).영지(버블시스터즈).에디…. 그는 "같이 작업하면서 창법 등도 배울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귀띔했다.
린은 앨범에 수록된 14곡 중 6곡의 가사를 썼다. 그리고 전곡 프로듀싱을 맡았다. 작.편곡도 할 줄 알지만 "그 재주는 아껴두고 있다"고 말했다.
"제 노래가 길거리에 퍼진다고 해서 인기 가수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언젠가 사랑받지 못할 때를 생각해서 이미 많은 걸 버리고 있어요."
그는 얼마 전 부산에서 열린 오랜 팬의 결혼식에 만사를 제쳐 두고 날아가 축가를 불렀다.
"대중들이 편안한 친구로 생각해주는 가수가 되는 게 목표예요. 다들 저를 연예인으로 봐주니 쉬운 일은 아니지만요."
그의 노래가 질리지 않았던 이유는 어쩌면 음색보다는 그 마음가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