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투수 줄부상, 신음하는 LG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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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기까지는 어쩔 수 없이 연패를 당하지 않는 작전을 해야 해요."

늘 당당해 보이던 이순철 LG 감독의 어깨가 요즘 축 늘어져 있다. 선발투수들이 부상으로 줄줄이 엔트리에서 제외돼 마운드 걱정이 큰 탓이다. 시즌 초반 선발 축을 맡았던 김광삼.장문석에 이어 진필중마저 빠졌다. 장문석은 17일 재등록했지만 팔꿈치와 어깨 부상 중인 김광삼은 언제 돌아올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최근 부친상을 당한 진필중은 햄스트링(근육통)으로 1~2주 정도 더 쉬어야 한다. 이 감독은 그래서 16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유택현을 선발로 투입했다. 유택현은 두산 시절부터 중간계투요원을 맡았던 구원전문 선수다.

LG는 또 외야수 루벤 마테오를 퇴출키로 결정했다. 지난달 29일 허리통증으로 재활군에 내려간 마테오를 복귀시키는 것보다 당장 마운드 보강이 절실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감독은 "외국인 투수가 누가 올지 모르니 답답하긴 마찬가지"라며 "전반기 경기가 끝나는 7월 14일까지는 최원호-이승호-김민기-유택현으로 선발 마운드를 꾸려갈 계획"이라고 했다.

선발 마운드가 흔들리니 투수 기용도 인해전술식이 됐다. 16일 경기에서는 유택현에 이어 신윤호.민경수.정재복.신재웅 등 5명의 투수를 이어 던지게 했지만 7회까지의 2-1 리드를 못 지키고 2-5로 역전패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공격도 한 점 뽑기 작전을 중단했다. '모 아니면 도'식으로 대량득점을 노린다. LG는 16일 삼성전에서 1회 초 선두 이병규가 우전안타로 진루한 뒤 2번 한규식 타석 때 희생번트를 하지 않았다. 또 2-1로 앞선 3회에도 선두 이성열이 우전안타로 출루했지만 역시 강공을 펼치다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이 감독은 정석을 즐기는 지도자다. 평소 "8점 차로 이기고 있어도 번트를 대고 싶다"고 할 정도로 번트를 중시한다. 하지만 최근엔 희생번트가 사라졌다. 팀의 마운드 사정상 어쩔 수 없는 변신이라고 할까. 그는 "예측이 가능한 경기를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24승34패의 7위로 추락한 LG는 최하위 기아에도 0.5게임 차로 쫓기고 있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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