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출항 때마다 당 간부들 "외제상납"요구|귀순한 강덕훈 선장이 밝힌 북괴의 실상|도시·지방간 생필품 배급에 차별|대학선 방학 때 보름간 노력봉사|봉급 10등급…원자재 등 팔아 상납물건 사기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대학생활>
노동당의 방침에 따라 완전히 틀에 짜여져 있어 개인적인 교양, 자유로운 전공선택 등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실정. 독서가 허용되는 내용은 김일성 자작선집·항일빨치산참가자들의 회상기 등 사상교양 서적이 전부.
김일성의 지시에 따라 당 생활총화와 회상기연구발표모임 등에 의무적으로 나가야하고 수업기간 중에도 각종 노력동원에 참가해야한다.
여름·겨울에 1개월 정도의 방학이 있으나 15일씩은 지정된 장소의 노력동원에 나가야하므로 실제방학은 10여일 뿐.

<임금수준>
봉급수준이 10등급으로 나누어져있으며 1등급은 김일성·김정일 뿐 중앙당비서가 2등급, 부장(장관)은 3등급에 해당된다. 강 선장의 경우 4등급(부부장급)으로 월3백40원을 받아 북괴가 외항선원들에게는 특별대우를 해주고 있는 셈. 일반노동자는 45원에서 최고 70원 정도.

<주민생활>
농촌 등 지방주민들은 양곡배급이나 생활필수품 구입 등 생활조건이 도시에 비해 매우 뒤 떨어진 차별대우를 받고있어 평양·남포 등 대도시로 이주하기를 원하는 사람이 많지만 이들 지역은 출입조차 엄격히 통제되고 있다.
차별대우의 예로 양곡혼합비율이 대도시에서는 9분도 쌀7할에 잡곡 3할인데 기타지역은 10분도 쌀 2할에 잡곡 8할로 섞어 배급. 조미료 또한 대도시에서는 콩 메주간장이 배급되지만 기타지역은 도토리 제품 뿐. 학용품도 생산지역에서 나온 좋은 제품은 모두 대도시로 가고 자투리자재로 만든 질이 나쁜 것만 남아 시골학생들은 꽁다리 연필에 막대기를 매달아 쓰는 실정.

<외항선원일과>
상오6시30분에 일어나면 선장을 비롯한 모든 선원이 7시까지 선장실·조타실·갑판·식당 등 선내 46개소에 걸려있는 김일성·김정일 사진을 특수마포로 닦는다. 물걸레로 닦다 적발되면 처벌받는 것은 물론 당성(당성)을 의심받아 더 이상 외항선을 탈 수 없게 된다. 식사 후 8시까지 30분간은 아침독보회로 김일성 회상기·덕성실기 등을 낭독한다.
하오7시부터 8시30분까지의 학습 및 회의시간은 요일별로 각각 다르게 운영돼 월요일은 자아비판, 화요일은 영어강좌와 김일성 주의학습, 수요일은 당비서 강연, 목요일은 기술학습, 금요일은 김일성 회상기·덕성실기 연구발표회, 토요일은 김일성 유일사상 정기학습이 진행된다.
이밖에 근무가운데는「외화벌이」라는 특별임무가 주어진다.
이는 76년부터 당 지시로 모든 외항선이 연간 외화벌이 목표액을 결정하여 해외주재 공관의 담당 지도원 지시에 따라 각 국의 인기상품을 항구에 드나들면서 밀매하거나 하역작업을 선원들이 직접하고 추가화물수송, 식수절약 등의 방법으로 운항비용을 절감시켜 벌어들인 외화는 김일성·김정일 생일, 당 창건일 등에 충성의 표시로 선물한다는 것. 증산호의 경우는 목표액이 연간 4만3천 달러였다.

<선원들의 자유세계관>
강 선장의 경우 첫 방문한 자유국가인 싱가포르에서 산더미 같은 상품, 자동차·건물 등에 기가 질렸으나 평소『자본주의 국가는 겉으로 번지르르해도 속이 완전히 썩어있다』고 교육받았기 때문에 그러려니 했었다. 북괴는「당의 특별배려」라면서 선장에게는 월24달러, 선원에게는 18달러씩을 월급 외에 별도로 지급,『밖에 나가서 촌놈 짓말고 구두도 닦고 머리 기름도 사 바르라』고 했으나 외국선장들은 월 최고3천 달러나 쓸 수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자신이 속아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구나 강 선장은 81년7월 선박수리를 위해 싱가포르에 갔을 때 그가「코리언」이라고 하자 그곳의 조선기술자가『한국은 선박수리기술도 월등하고 경비도 적게 드는데 왜 이곳으로 왔느냐』면서『조선기술은 일본이 1위, 한국이 2위, 미국이 3위라는 사실을 모르느냐』고 하는 말을 듣고 한국의 조선기술수준을 알게 되었다는 것.
그는 또 78년8월 쿠웨이트에서 유럽제품인줄 알고 남방셔츠를 샀는데 배에 와서 보니 한국제품이었고 싱가포르에서 구입한 선박용 로프도 한국상표가 붙은 것을 뒤늦게 알아 배 안에서 큰 소동이 일어난 적도 있으나 품질이 매우 좋아 상표만 떼어버리고 그대로 사용하기도 했다는 것.

<북괴고위직의 비리>
선장이나 간부자리에 있으려면 그보다 윗자리에 상납을 하는 일이 흔하고 특히 외국여행을 자주 하는 경우에는 일제시계 하나씩이라도 갖다 바쳐야 하는 것이 통례. 그러나 태엽 달린 세이꼬 손목시계가 1천 원씩이나 하여 월 45∼70원을 받는 노동자에게는 그림의 떡.
이 때문에 당 간부 등은 해외에 드나드는 사람들을 은밀히 불러 물건을 부탁하기가 일쑤이나 돈은 주지 않아 강 선장의 경우는 황동괴·아연판 등을 밀 반출하여 대금을 충당했다는 것. 인기품목은 주로 손목시계·카세트·소형계산기·양복지·학용품·결핵치료용 항생제 등 의약품·여자용 스카프 등.
강 선장은 증산호 선장으로 있으면서 육해운부부장 방철갑, 당비서 윤덕상, 선대총국장 김덕현, 육해운부간부과지도원 오창수, 황해제철소 사로청 위원장과 부위원장 등의 외재 물건부탁을 받아 월평균 2천 달러를 외화벌이한데서 유용하거나 원자재 밀반출로 충당해왔다고 폭로했다.
전직 해군사령관이던 방철갑은『군에서 제대한지 얼마 안 돼 입을만한 신사복이 없다』면서 영국산 양복지를 부탁하기도 했다는 것.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