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지옥에서 천당행 청소년 축구도 살려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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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반전 도중 왼쪽 팔이 빠지는 악조건 속에서도 극적인 동점골을 성공시킨 박주영이 2-1 역전승 후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에멘=연합]

박주영(FC서울)이 또 한번 한국 축구를 살렸다. 밤잠 못 자고 TV 앞에서 애간장 태우던 국민들에게 믿기지 않는 역전승을 이끌며 보답했다.

16일 새벽(한국시간)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나이지리아전은 전반 18분 선취골을 허용한 뒤 한국이 내내 끌려다닌 경기였다. 하지만 종료 직전인 후반 44분부터 기적 같은 드라마가 펼쳐졌다. 그 선봉은 박주영이었다. 그는 이날 말 그대로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후반 3분 얻은 페널티킥이 나이지리아 골키퍼에 막힌 것이 '지옥'이었다. 동점이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친 박주영은 고개를 숙였고 '예선 탈락'의 불안은 점점 커졌다. 설상가상, 박주영은 후반 25분 상대 수비와 부딪쳐 왼쪽 팔꿈치뼈가 탈골되는 부상까지 입었다. 그리고 후반 44분. 나이지리아 문전 정면에서 얻은 프리킥의 키커로 다시 박주영이 섰다. 수비벽을 살짝 넘은 공은 왼쪽으로 휘며 나이지리아 골문 왼쪽 구석에 정확히 꽂혔다. 통렬한 한방이었다. 3분 뒤 후반 추가시간에 박주영이 날린 슛이 골키퍼 손을 맞고 흐르자 한국팀 주장 백지훈이 왼쪽에서 달려들며 번개같이 왼발슛을 날렸고, 공은 골키퍼와 골포스트 사이 바늘구멍 같은 틈새로 날아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의 2-1 승.

1승1패로 F조 2위(승점 4)가 된 한국은 토요일인 18일 오후 11시 조 1위인 브라질과 예선 마지막 경기를 한다. 박주영은 경기 후 "페널티킥을 실패하고 돌아선 순간 친구(동료선수)들이 웃고 있었다. 힘을 주려고 하는구나 싶어 고마웠다"고 머쓱해했다. 그러면서 "브라질은 강하지만 우리도 강하다. 누가 낫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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