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옥과 여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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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자동차는우리동료「하산·에자트」가 준비했다. 드디어 결행의 날이왔다. 나는 함께 탈출할 다섯사람에게우리의 탈옥은 정부의 구금자 처우가 엉망임을 널리 알려 그들의 입장을 곤란하게 만들기위한 것이지 도망쳐 숨기위한게 아니며 따라서 우리는 목표를 달성하는 즉시 감방으로 스스로 되돌아 올것이라는 점을뚜렷이 했다.
우리는 토끼사육장을 통해 한사람씩 빠져나갔다. 내가 맨마지막이었다. 밖에는 약속대로 「하산·에자트」가차와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차는 꽤 쓸만한 중고 율즈모빌(미산자동차)이었다. 50파운드 (영화)를 주고 샀다고했다. 한데 문제는 차보다도 타이어였다. 그때만해도 튼튼한 타이어는 구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타이어 값이 차값보다 비싼 경우도 흔했다.

<타이어펑크나 당황>
「하산·에자트」는지금끼워놓은타어어로 터키까지 충분히 갈 수 있다고 장담했다. 등화관제의 어둠속에 차를 몰아 카어로시 중심가까지 갔을매, 마치 폭탄이 터지는 것같은 소리가 나면서 차가 뒤뚱댔다. 앞쪽 타이어가 터지고만 것이었다. 난감하게도 「하산」 은 비상용 스페어 타이어도 준비하지 앉았었다.
우리는 두배로 갈라지기로 했다.「모셴·파델」과 나는 곧택시한대를 잡을수 있었다. 우리계획은 시내의 알딘궁에 가서정부의 구속자 학대에 대해 합의를 제기한다는 것이었다.
항의문은 내가 직접 작성하기로했다. 이 합의가 제출되면 정부는 큰충격을 받을것이라고 우리는 생각했다. 그러나 이 모든것은 다음날 할일이었다.
우선 밤을 지내기위해 우리는 카스르앨닐가에있는「모셴·파델」의형네 아파트로 갔다. 「파델」의 형은 우리에게 저녁울 차려추었지만 그곳에서 방을 보내는 것은 좋지않다고 말했다. 탈옥이 발각될 경우 이집은 첫 수색대상이 되리라는 얘기였다. 대신 자기가 잘 아는 프랑스여인의 아파트에 가서 묵으라고 권했다.
형의 말대로 우리는 프랑스여인의집을 찾아 초인종을 눌렀다. 잠시후 집주인이 우리를 맞아들었다. 침실하나 거실하나 짜리 자그마한 아파트였다.
「모셴·파넬」과 그여인은 프랑스어로 애기를 나눴다. 그녀는 우리가자기집에서 밤을 보내도 좋다고 한후 빵몇덩어리를 갖다 주었다. 마주앉아얘기를 듣던 그녀는 우리가 빵을 다먹자 다시 식사를 차려주겠다고했다.
식사를 하며 우리가 하는 얘기를듣는 그녀의 얼굴은 기쁨으로 빚났다. 무엇이든 참을수 있지만 자유없는 삶은 도저히 견딜수 없었다고 그녀는 말했다.

<기꺼이 단칸방 제공>
한날 새도 조롱속에 갇혀 모이를 얻어먹느니 자유를 택하는데 사람은 두말할것도 없지않느냐. 우리가 탈옥한 것도 그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웃으면서 내일이면 자유를스스로 버리고 감방으로 되돌아 갈예정이라고 알려주자 그녀는 소리를지르며 놀라움을 나타냈다. 우리는 그녀를 이해시키려 했다.
개인적 자유도 소중하지만 조국전체의 자유는 더욱 값진 것이며 우리가 당초 체포된 것도 개인의 자유아닌 조국의 자유를 지키려 했기때문이고, 우리의 행동은 이집트에 대한 사랑에서 나온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지배자들은 영국의 지시와 통제를 받고있으며 우리는 이련상황을 바꿔보려고 노력하다가 체포됐다. 그렇기때문에 우리는 스스로 감옥에 되돌아 가야한다.
이짐트국민은 굴복하지 않아도 되며 아직 스스로의 운명을 선택할 여지가 있음을 널리 보여주기 위해서이다-라는게 우리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그 프랑스여인은 이해하지못했다. 자유는 인간에게 필요불가결한 것이라는, 프랑스인다운 굳은 신념에서였다. 프랑스인들의 이런 믿음은 두세기전 대혁명을 겪으면서 요지부동으로 굳어진 것이었다.
그녀는 우리의 마음을 돌리기위해다른 수단을 썼다. 우리가 돌아가려는것은 생계수단이 막연하거나 이집트에서 빠져나갈 길이 없기때문이라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곳생활이 의롭고추울날도 가까와오기 때문에 프랑스에 들아가려고 생각중이었어요. 전쟁때문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센 그것도 다 끝나가는 모양이니 프랑스의 고향마을로가 조그만 집이나사서 여생을 보낼까 해요』

<다시 감방갈 각오>
그리고 잠시 쉬었다. 그녀는 말을이었다.
『이것봐요. 두분께 내가 평생모은 돈을 드릴께요. 2천달려밖에 안돼요. 여기나 본국에나 재산이라곤 전혀 없고 모은거라곤 그돈밖엔 없군요. 그걸 줄테니까 여길 빠져나가 베이루트든 어디든 안전한데로 가세요.
그돈은 솔직이 나한테도 필요하지만 당신들의 자유를 얻는데 쓰인다면 나도 더이상 바랄게 없어요-.) 우리는 깜짝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오늘 처음 만난 여인이 그런 제의를 하리라곤 꿈에도 생각못했던 것이다. 우리는 감사를 표시하면서 이호의를 부드럽게 거절했다. 그녀는 우리의 태도를 전혀 이해할수 없었는지 감상적으로 우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는 우선 잠을 자야하니 내일로 결정을 미루자고 말했다.
그녀는 자기방을 내주겠다고 했지만 우리는 거실의 긴의자에서 자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엔 홍차와 코피까지 곁들인 번둣한 아침식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우리를 위해 아침일찍 나가 신문도 사다 놓았다.
그런데 신문을 펼쳐보니 하루 지난묵은 것이었다. 아랍어를 모르는 그녀를 신문팔이가 속여먹운 모양이었다. 모두들 한바탕 옷어버렸다. 그녀는 속아넘어 가고도 분하지 않은듯 함께 옷었다. 악감정이란 찾아볼수없는 성격이었다.
우리에대한 그녀의 염려는 상상할수 없을 정도였다. 그녀는 어젯밤의제안을 되풀이 했지만 우리 역시 거듭 사양했다. 우리는 충심으로 감사하면서 이별의 악수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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