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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20년 만에'과거사'처벌 재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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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남미 아르헨티나의 과거사 단죄 작업이 중단된 지 20년 만에 재개된다. 아르헨티나 대법원은 14일 과거 군부독재자 보호를 위해 1980년대에 제정된 사면법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의회는 2003년 8월 사면법'푼토 피날'(국민화합법)과 의무복무법 폐기를 의결한 바 있다. 대법원은 "사법처리를 금지한 사면법은 국가가 인권을 보호하고 유린행위를 처벌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오늘날의 국제규범에 어긋난다"고 위헌판결 이유를 밝혔다.

◆ 의미=키르치네르 대통령은 "대법원의 결정은 정의에 대한 우리의 믿음을 되살렸으며 격동기의 상처를 치유하는 매우 중요한 조치가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로베르토 벤디니 군 최고사령관도 "모든 아르헨티나인이 바라는 국민 화해를 향한 전진"이라고 평가했다.

현역 복무 중인 300명의 군인 등 3000여 명의 공직자가 '더러운 전쟁'과 관련해 다시 조사를 받게 되고 400여 명이 새로 기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더러운 전쟁'=1976~83년 군부독재 정권이 반정부인사와 좌익세력 탄압을 위해 납치와 고문.살해 등 무차별 인권유린 행위를 자행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군정인권유린조사위원회는 86년 보고서에서 군정 기간 사망.실종자 수가 1만2000명이라고 공식 집계한 바 있다. 그러나 인권운동가들은 희생자 수가 3만 명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사면법=군부독재자들에 대한 1차 사법처리는 83년 선거로 대통령에 선출된 라울 알폰신 정권 때 있었다. 알폰신 정권은 호르헤 비델라.로베르토 비올라.레오폴도 갈티에리 등을 내란과 살인, 인권유린 등 혐의로 사법처리했다.

그러나 군부가 이에 강력히 반발하자 86, 87년 두 가지 사면법이 잇따라 제정돼 사법처리가 중단됐다.

두 법은 1차 사법처리 이후 범죄 혐의가 새로 드러난 군정 관계자들에 대해 기소면책권을 부여하고 군에 계속 복무할 수 있도록 보장했다. 이어 90년 카를로스 메넴 정권은 대대적인 사면조치를 단행해 구속수감됐던 군정 인사들까지 풀어줬다.

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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