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공동 방위 체제의 화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미국은 63년10월 유럽에서그때로서는 엄첨난 규모의「빅·리프트」대공수훈련을 하고는주독미군 1개사만을 감축했다. 69년3월 한국의 여주벌에서 전개된 「포커스·레티너」공수훈련은 그해 7월 발표된「닉슨·독트린」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닉슨·독트린」은 한마디로 월남을 포함한 아시아지역에서 미국의 군사적존재를 줄이겠다는 선언이었다. 71년3월 주한미제7사단을 철수한것은 이「닉슨·독트린」의 실전이었는데 그때도 7사단철수에 앞서「프리덤·볼트」라는 이름의 공륜쇼를 벌였다.
「카터」의 주한미군철수계획에 따라서 제2보병사단을 철수하려고 했을때도 미국은 공수훈련을 가졌다. 다행히도 「카터」행정부의 주한미군철수계획은 제동이 걸려 미육군제2사단은 지금도 한국방위의 큰몫을 맡고있다..
이와같이 미국본토와 한반도를 잇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이 과거에는 미군감축의 서곡이었기 때문에 우리는대공륜쇼의 장관을 언제나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았던게 사실이다.
아시아의 반공우방들에 대한 방위공약은 지키되 미군을 아시아지역, 특히 대륙쪽에 상주시키지는 않겠다는것이「닉슨·독트린」의 내용임을 우리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오는 13일부터 4월하순까지 한국서 벌어지는 「팀·스피리트82」에 고무되고 갈채를 보낼수 있는것은 미군의 훈련사상 최대규모라는 이 훈련이 미군감축이나 철수의 전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철수계획은 「레이건」행정부가 들어서고 이미 백지화되었다. 뿐아니라 지금 미국은 군사력의 증강을 국방정책의 기본으로 삼고 월남패전직후의「아시아 외면」의 무드에서 다시 아시아 「중친」로 돌아섰다.
한미군사훈련은 79년부터는 미군철수계획과는 무관하여 우리들에게 한점 불안을 끼침이 없이 진행되어왔지만「팀·스피리트82」는특히「레이건」의『스트롱·아메리카』를 배경으로 하고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하겠다.
한국군과 주한미군은 북한의 남침을 막아내는데만 그치지 않고 미국의 세계전략의 일환으로 유럽전선의안정에도 간접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합동훈련이 넓은 의미로는 극동지역에 배치된 소련군 46개사단까지 그 대상으로 삼는다고 할수가 있다.
「팀·스피리트82」는 미국의 대한방위공약과 한미공동방위체제의 단단함을한번더 친회적으로 과시하는 행사다. 이점 북한과 그의 후견국들은 깊이명심할 부분이다.
한국이 과감하게 개방사회를 지향하고 대북화해의 제의를 잇달아 내는것이 우리의 약점이나 불안의 은폐가 아니라 우리체제의 강점과 자신감을 반영하는 것임을 잊지 말라는의미다.
한미군사훈련은 과거에도 언제나 그랬던 것저럼 공격훈련이 아니라 방어훈련이다. 북한과 중공군사대표들에게 이번 훈련을 참관하라고 유엔군사가 초청한것도 그런 까닭에서다.
아직도 늦지 않았으니 북한은 훈련참관초청을 수락하여 서로간의 불신을 씻고 한반도 긴강완화에 돌파구를 찾는 계기를 만들것을 다시한번 촉구한다.
우리는 미군측 부담만 5천만달러가 드는 대규모 군사훈련의 장관보다는 군사훈련이 필요없게되는 상황에도더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싶은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