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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1999~2005, 옛 대우 계열사들 어떻게 됐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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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국내 계열사 41개, 해외 법인 396개, 자산 83조원, 매출 62조원….

'대우 사태'가 일어나기 전의 대우그룹의 위용이다. 그런 대우의 주력 계열사는 모두 뿔뿔이 흩어져 국내외 기업에 매각됐거나 새 주인을 찾고 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대우의 이름을 유지하고 있다. 1999년 당시 대우계열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2조원대였지만 현재는 11조원대로 다섯 배 이상으로 늘었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도 했지만 수십조원의 공적자금이 회생의 발판이 됐다. 워크아웃 결정을 받았던 12개사는 대부분 워크아웃 '졸업장'을 받았다.

2000년 10월 대우중공업의 경우 조선부문은 '대우조선해양', 중공업부문은 '대우종합기계', 그리고 청산법인 대우중공업 등 3개 회사로 분할됐다. 이듬해 8월 대우조선해양이 대우 계열사 중 가장 먼저 워크아웃에서 졸업, 경영 정상화에 성공했다. 그 다음달 졸업한 대우종합기계는 올 초 두산중공업에 인수됐고 사명도 지난달 두산인프라코어로 바뀌어 대우 둥지를 완전히 떠났다.

대우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던 ㈜대우는 상사부문과 건설부문이 각각 대우인터내셔널과 대우건설로 나뉘었다. 잔존 법인 ㈜대우는 청산절차를 밟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2003년 말 워크아웃을 졸업한 이후 1년 만에 주가가 두 배 이상 급등했다. 대우건설도 아파트 '푸르지오' 브랜드를 앞세워 흑자를 내고 있다. 현재 인수 업체를 물색하고 있다.

주력 계열사였던 대우자동차는 2002년 10월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에 승용차 부문이 팔려 GM대우차로 새 옷을 입었다. 노사 문제 등으로 인수되지 못했던 부평 공장은 대우인천차로 독립해 현재 GM 측에 인수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군산 상용차공장은 대우상용차로 떨어져 나간 뒤 지난해 3월 인도의 타타모터스에 팔려 타타대우상용차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대우버스로 분사된 부산 버스공장은 2002년 영안모자로 넘어갔다. 대우자동차의 자회사였던 대우자동차판매는 독립해 현재 GM대우차.쌍용차와 수입차 등을 팔고 있다. 대우전자는 해외매각을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2002년 11월 TV.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7개 가전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 대우일렉트로닉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워크아웃 졸업시한은 내년 말이다. 경남기업은 2002년 12월 워크아웃에서 벗어나 지난해 7월 대아건설에 인수됐고 대아건설은 대우 브랜드를 살리기 위해 기업이름을 '경남기업'으로 바꿨다. 대우증권은 2000년 5월 산업은행에 인수됐다.

김필규 기자

*** 대우맨들 지금은

'런던스쿨' 출신 대부분 법정에 서… 대우자판 이동호사장은 현역 활동

우여곡절을 겪은 계열사들의 운명만큼 옛 대우그룹에 몸담았던 경영진의 운명도 갈렸다. 강병호.장병주 전 ㈜대우 사장, 김태구 전 대우자동차 사장, 전주범 전 대우전자 사장, 이상훈 ㈜대우 전무 등 이른바 대우그룹의 '런던 스쿨' 경영진은 거의 법정에 섰다. '런던 스쿨'은 대우 세계경영의 심장 역할을 했던 ㈜대우의 런던지사를 가리킨다.

강 전 사장은 현재 형을 살고 있으며, 장 전 사장은 위암 수술 여파로 건강이 나빠져 보석으로 풀려났다. 장 전 사장은 누군가 김 전 회장을 대신해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서인지 재판 과정에서도 대우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 비서 출신으로 40대에 ㈜대우 전무에서 바로 대우중공업 사장으로 전격 발탁됐던 추호석 전 사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기도 했다. 그는 검색엔진 벤처회사의 전문경영인으로 활동하다가 지난해 초 파라다이스 대표이사 사장으로 옮겼다. 대우그룹의 집안 살림을 도맡으며 사실상 2인자 역할을 했던 이우복 전 부회장은 대우사태 이전 신성통상.고려피혁을 가지고 분가했으나 두 회사 모두 부도가 났다. 윤영석 전 대우중공업 회장은 대우사태가 나기 직전 두산중공업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두산중공업은 올 초 대우종합기계를 인수했고 윤 전 회장은 현재 두산중공업 부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14일 김우중 전 회장의 입국장에도 모습을 나타냈다.

2000년 대우자동차 부도 당시 채권단의 전폭적인 지지로 상무에서 사장 자리에 오른 이동호 대우자동차판매 사장은 '대우'의 이름을 지키며 현역에서 활약하고 있다. 한편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은 지난해 3월 검찰 수사를 받던 중 한강에서 투신자살했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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