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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선발은 대학에 맡겨둘일" 좌담 대입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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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선시험.후지원」으로 집약되는 현행 입시제도는 지난해에 드러난 많은 문제점이 보완됐다고는 하지만 올해도 여전히 혼미를 거듭했다. 복수지원과 지원자성적비공개는 수험생들을허수의 소용돌이속에 몰아넣었고 2, 3지망의 뒷받침이 마련된 가운데서도 미달사태는 속출했다. 많은 수험생들이 안전합격을 노려 예상합격선 아래로 몰렸지만 탈락된 재수생수는 후기전형을 통해서도 크게 줄어들수 없게됐다. 점수나 적성을 무시한 요행과 배짱합격도 지난해와 별차이가 없었다. 실력을 앞세운 대학지원, 적성에맞는 학과선택. 정정당당한 경쟁을 통해치러져야 할 대학입시는 정상궤도를 너무나 벗어나 있다. 현행 대입제도, 과연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고쳐야할까. 대학·고교·입시전문학원 관계자들의 지상좌담을 들어본다.
▲박-지난해나 올해 두번 다 겪은것이지만 현행 입시 제도가 지닌가장 큰 문제는 교육이나 학습의 연장이어야 할 대학입시가 가장 비교육적인 눈치작전이나 도박지원을 수험생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점입니다. 수험생자신이나 학부모는 물론 학생을 3년간씩이나 가르쳐온 교사들이 대학진학지도를 을바르게 할수 없다는 현실은 고교교육정상화의 측면에서도 바로잡아져야 할줄 압니다.
▲정-본고사폐지이후 새로 도입된 현행제도가 재수생감소나 과열과외해소에 일익을 하는등 장점도 부인할수는 없지요. 다만 이같은 제도에서 파생되는 부작용을 어떻게 현명하게 보완해나가느냐 하는것이 앞으로 이제도를 살리는 관건이 될것같습니다.
부작용을 몰고온 큰원인은 우선 수험생이나 지도교사가 확고부동하게 믿고 활용할수있는 자료가 없다는점일것 같습니다. 이런면에서 중앙일보가 지원자나 합격자들의 성적분포공개를 시도한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며 그결과 밝혀진 자료는 어느정도의 오차를 감안하더라도 예비수험생들이나 교사들에게 둘도없는 귀중한 바로미터가 될수있다고 확신합니다.
문교당국이나 대학측이 스스로 정확한 성적공개를 솔선해 해준다면 더바랄나위가 없겠지요.
▲김-복수지원이나 내신성적의 산훌방법·반영비율에도 개선의 여지는 많다고 생각합니다.
복수지원제도는 원서작성·접수과정에서 빚어지는 교사들의 업무과중·학부모들의 경제부담외에도 진로를 결정하는 수험생들에게 눈치와 요행의기회를 주는것일뿐 아무런 득이 없다고 봅니다.
문교당국이 기대하는것처럼 적성과 실력에 맞춰 과감한 지원을 하도록 하려면 단수지원으로 바꾸어야 할것으로 봅니다.
앞으로 반영률이 점차 높아질것으로 예상되는 내신점수는 같은 학급·학교안의 급우들간에 서로를 경쟁상대로 의식하는 극단적인 사태를 빚을 우려마저있어 자칫 일선학교의 전인교육을 해치는 독소가 될수도 있을것입니다.
▲전-이번 입시에서 2차전형까지 치른 대학의 한 당국자로서 뼈저리게 느낀것은 대학신입생전형을 하면서 정작 대학자신은 소외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자율화시대에 가장 앞서가야할 대학이 거꾸로 가장 낙후된 셈이지요. 이럴바에야 차라리 지난해 문교부의 입시제도에 관한 공청회때 나왔던 한 방안처럼 당국이 시험을 치르기전에 지원을받아 컴퓨터로 일괄배정하는것이 당국의 목적도 달성되고 수험생이나 학부모·대학의 곤욕도 막아주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올해의 제도보완으로 지원미달이나 옹시미달은 있었어도 합격자발표미달은 거의 없었다는것이 문교당국의 자위인것 같습니다만 문제는미달이 생기느냐, 그렇지않느냐 보다도대학에 들어가서 수학할수 있는학생들을 어떻게 선발하느냐가 더욱중요할것 같습니다.
중앙일보가 밝혀낸 합적자들의 성적분포를 보면 심지어 같은 모집단위안에서마저 합격자끼리 1백점이상의 점수차가 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같은 학력차를 가진 학생들을 받아들일 대학에서 올바른 수학을 이끌어나갈수 있느냐 하는점입니다. 반드시 그런것은 아니겠지만 졸업정원제까지 채택하고있는 현시점에서 요행이나 배짱합격은 결국 4년후의 탈락자를 모집정원만 채우기위해 선발해두는 꼴이 아닐까요.
▲박-중·고교에서도 평준화지역에서는 우열반 분류수업을 모색하고있는데 이제는 대학에서조차 그같은 문제가 파급될수도 있다는 것이군요. 중앙일보의 합격자성적분포자료가 현행입시제도 실시이후 밝혀진 최초이자 유일한 것이고 1백% 정확성은 없다하더라도 대학교육의여러측면에서 여러가지 심각한 문제들을 시사해주는바 있읍니다.
특히 두드러지는것은 대학과 학과간의 우열격차가 뚜렷해지고 있다는것입니다.
3백점이상의 우수학생은 서울대가 90%이상, 그것도 2∼3개학과·계열에서 독점하다시피 했고 나머지 대학은 50여개의 모집 단위에서 겨우1∼2개가 명맥을 유지할 정도가 아닐니까.결국 이런 식으로 되어간다면 각대학의 특성이나 학생들의 자부심은 찾아볼수 없게되고 점수 아니면 요행이 활개치는 판국이 되지않겠읍니까.
▲전-복수지원자체에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고득점자들이 지원한 대학에서는 체로 치듯우수학생만 골라뽑아 결국 그 밑에 위치하고 있는 대학들은 돌이킬수없는 피해를 보게되는 것이지요. 대학입시가 어느특정대학만을 위해 있는것이 아니라면 적어도 학생선발권한은 대학자율에 맡겨야 하고 수험생들도 정당한 경쟁을 치를수있는 기회를 주어야 할것입니다.
▲김-내신등급산출이나 반영비율도 전반적인 재검토가 따라야 할줄압니다. 전교직원과 학생이 합심하여 학교전체가 우수한 학력을 나타내 학업성춰도가 높은 학교가 그렇지못한학교에 비해 내신성적면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은 큰 모순이지요.
더군다나 1, 2학년에서 부진했던 학생이 3학년에 올라가서 분발하여 훌륭한 성적을 얻은경우가 있듯이 학생에 따라 발달단계가 다를수도 있는데 최종학년때나 그전학년때의 성적을똑같이 내신에 반영하는 것도 비합리적이 아닐수 없읍니다.
▲박-어쨌든 상식을 벗어난 지원이 성공하고 정상적인 진로지도가 오히려 불합격을 안겨줬던 올해 입시결과로 앞으로의 진학지도에 관한한 교사들의 판단은 설득력을 점차 잃게될것같습니다. 고교교육의 중요한기능의 하나인 대학진학을 올바르게 유도하기위해서는 대학이 적어도 합격자들의 정확한 성적공개를 통해 일선고교에 지침이 되도록 해주어야할것입니다.
▲전-수험생들의 성적을 지난해와 달리 올해 비공개로 하여 혼란이 더욱 가중된것도 사실입니다. 대학이 성적보안에만 힘쓴결과 지난해 수험생들이 올렸던 인기학과는 상당수 미달되고 중하위 그룹에 밀집되는 역현상이 빚어졌지요. 수험생들이 가고싶은 대학, 택하고싶은학과를 외면한채 빠져나가는 현상은 수험생 자신이나 대학·모두을 위해서 불행한일입니다.
더나아가서 사회나 국가발전의 앞날에도 결코 바람직한 일은 못된다고 볼때 현행제도의 모순은 과감하게 개선돼야 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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