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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디카만 찍어? 난 영화도 찍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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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 “휴, 이제야 연기가 만족스럽군.” 영화감독을 꿈꾸는 박혜윤양이 ‘컷’을 외치며 활짝 웃고 있다. 박종근 기자

영화 DIY시대 … 어린이.청소년 참가 영화제 풍성
영화는 스티븐 스필버그만 찍나? 아니다. 초등학생 감독도 적지 않다.
또 35㎜ 카메라는 필수품? 역시 아니다. 6㎜ 캠코더도 훌륭하다.
문화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무너진 세상. 영화도 DIY(Do it yourself)다.
영화에 푹 빠져, 나아가 감독을 꿈꾸는 우리 시대 '시네 키즈'들의 육성을 들어 본다.

#1. '해리포터'를 꿈꾸다

경기도 용인시 신월초등학교 4학년, 영화감독 박혜윤, 인사드려요. '초딩'이 무슨 감독이냐고요. 무시하지 마세요! 제 한마디에 배우들이 꼼짝 못하거든요.

스태프들을 소개할게요. 촬영감독 이현구, 5학년 오빠예요. 주연 선예린.손다몬, 조연 강정구.김영진.김다영…. 모두 영상반 친구죠. 예린이가 만든 영화에선 제가 배우로 나왔어요. 다들 감독도, 배우도, 잡일도 하니, 우린 정말 수퍼맨이죠.

자연보호에 관한 단편영화를 만들었어요. 3월부터 시놉시스 쓰고, 시나리오 완성하고, 콘티 그리고, 정말 정신없었죠. 이젠 '스탠바이''카메라''액션''컷'에 많이 익숙해졌어요. 롱샷.클로즈업도 잘 알아요. 수줍던 성격도 많이 명랑해졌고요.

8월에 열릴 고양국제어린이영화제에 내놓을 생각이에요. 지금 정성껏 편집하고 있거든요. 참, 왜 감독이 되고 싶냐고요. '해리포터'에 홀딱 반했어요. 언젠가 꼭 저만의 마법왕국을 만들 거예요. 감독이 되면 조승우 오빠, 문근영 언니도 볼 테니, 정말 '짱'이죠!

□고양국제어린이영화제(www.gicff.com)= 8월 18~25일 경기도 고양시. 국내 최초의 국제어린이영화제다. 어린이가 직접 만든 영화, 어린이를 소재로 한 각국 영화를 상영한다. 경쟁작 접수 마감은 다음달 2일.

#2. 벌써 10편, 중견 감독?

혜윤이를 보니 제 어릴 때가 생각나네요. 전 초등학교 5학년 때 데뷔했죠. 학교 학예회에서 캠코더로 찍은 '왕따괴담'을 발표했었어요. 인사가 늦었죠. 서울 강서구 명덕여고 3학년 김지현입니다. 대입 준비에 하루가 지옥 같지만 그래도 버틸 만해요. CGV.메가박스 같은 으리으리한 극장에 제 이름을 올릴 꿈이 남아 있으니요.

그간 틈틈이 찍은 영화가 벌써 10편이 됐네요. 거짓말이라고요. 절대 아닙니다. 지난해 7월 미국 하와이국제영화제에도 초청 받았는데요. 사춘기 소녀의 미묘한 감수성을 담은 '부끄러움'이라는 단편이었죠.

고2 겨울방학에 찍은 단편 '살짝 건드리면 툭 터진답니다'를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에 출품했어요. 꼬깃꼬깃 모은 용돈 20만원으로 만들었습니다. 어엿한 16㎜ 영화랍니다. 주제는 현대사회의 소외된 인간. 어른들도 깜짝 놀라실 겁니다.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www.siyff.com)= 8월 5~9일 서울 낙원동 필름포럼(옛 허리우드 극장). 국내 최고 권위의 국제청소년영화제다. 올해 7회째로, 30일 접수를 마감한다.

#3. 형제는 용감했다

최근 끝난 칸영화제에서 '신생아'의 벨기에 형제 감독 장 피에르 다르덴과 루 다르덴이 황금종려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정말 부러웠죠. 세계 영화계의 벽을 우리가 넘을 수 있을까, 의심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한 걸음 한 걸음 가렵니다.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니까요.

영화감독 박재용입니다. 올해 27세, 친형 수영(29)과 함께 영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왜, 서양에는 형제 감독이 심심찮게 있죠. '매트릭스'의 워쇼스키 형제,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의 페럴리 형제, '파고'의 코엔 형제 등등.

다음은 우리 차례? 저희는 영화밖에 모릅니다. 다 큰 녀석들이 돈은 벌지 않고 영화만 파고든다고 타박하지 않는 부모님이 고마울 뿐입니다. 대학에서 형은 영화를, 저는 연극을 전공했어요. 중.교교 시절 교회에서 성극(聖劇)을 만든 게 오늘까지 왔습니다. 드디어 첫 단편을 '미쟝센영화제'에서 공개합니다. 평화로운 가정에 핵미사일이 날아들며 시작하는 팬터지 영화 '핵분열 가족'입니다.

▶ 미쟝센단편영화제(www.mgff.org)= 23~29일 서울 용산CGV. 예심을 통과한 감독 지망생.일반인의 단편 63편을 상영한다. 응모작은 총 595편. 영화의 대중화를 웅변으로 보여준다.

박정호 기자 <jhlogos@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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