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정부 대표단 방북, 북핵 해결 우선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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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단장으로 한 정부 대표단이 '6.15 통일 대축전'에 참가하기 위해 오늘 평양에 들어간다. 그 어느 때보다 '반미'와 '민족 공조'를 외치고 있는 북한이 정부 대표단을 어떻게 대할지 주목된다. 북한에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방북을 강행했다. 정 장관은 이런 걱정들을 불식시킬 만한 방북 성과를 가지고 와야 할 부담이 생겼다.

무엇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북핵 불용'이라는 메시지를 북한 지도부에 명확하게 주지시켜야 한다. 특히 북한이 핵 문제를 계속 질질 끌 경우 남측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올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시켜야 한다. 북핵 문제는 '적당하게' 타협하고 대규모 경제지원이나 약속했다가는 국내외적으로 엄청난 역풍이 불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합의사항들을 반드시 이행하는 것이 남북 관계를 발전시키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이 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남북 관계가 한 차원 높게 진전되지 못한 것은 무슨 '선언'이나 '합의'가 없어서가 아니다. 합의사항이나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북측 태도가 가장 큰 문제였다.

6.15 선언도 마찬가지다. 이 선언이 남북 긴장 완화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금강산 관광, 철도.도로 연결, 개성공단 가동은 6.15 선언의 긍정적 측면이다. 문제는 '통일 문제는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한다'는 대목이다. 북한으로 하여금 '민족 공조'를 주장하는 빌미를 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김대중.김정일 회담에선 '자주'가 외세 배격 등 '배타적 의미의 자주'가 아니라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에 기초한 자주'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북한의 선전도구식 남북 공조 주장은 두 정상 간 실질적 합의를 위반한 '선동'인 것이다.

정 장관은 이런 남북 관계의 역사적 축적을 유념하면서 북한을 설득하는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