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학생 선발 방법부터 고쳐야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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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현행 대학입시제도는 수험생들에게 눈치와 요령주의를 익히고 사행심까지도 조장하고있다고 하여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처럼 문제시 되고있는 현행 입시제도는 어떠한 과정으로 변천되어 왔는가.
우리 나라의 대학입시제도는 해방 후 대학별 단독시험제도를 시작으로 입시제도의 기본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편하는 8차례의 단계를 거쳐왔다.
그러나 이 8차례의 입시제도개혁은 대학단독 시험제도와 국가고사제의 반복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제도개혁의 이유는 입시제도 그 자체의 문제보다는 주로 운영상의 모순을 제거하기 위해서 개편해왔다고 하겠다.
종래의 대학입시제도를 개괄해 볼 때 대학별로 실시했던 단독 시험제는 대학의 부정입학과 학생정원 초과모집 등의 부조리현상을 유발해 왔다. 반면에 국가고사제는 이러한 대학의 부조리 현상을 제거하고 저하된 대학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실시되었으나 국가가 대학을 대신해 대학교육 적격자를 선발하게 됨에 따라 대학에서는 정원미달 사태가 발생하고, 대학간 격차가 노출됨은 물론 대학이 학생선발기능을 상실하게 됨에 따라 자율성을 저해한다는 대학의 반발에 부딪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대학입시제도는 대학별 단독 시험제에서 국가고사제로, 그리고 국가고사제는 다시 대학별 단독시험제로 반복해서 제도적인 개편만이 이루어져 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1969년부터 1980년까지는 대학입학 예비고사와 대학 본고사가 병행하여 실시되었다. 대학입학예비고사 제는 대학정원과 국가인력수급정책과의 유기적 연계, 대학교육 적격자선발, 대학의 질적 수준향상 및 고등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기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도되었다.
그러나 대학입학예비고사와 병행하여 실시된 대학본고사는 예비고사가 고등학교의 전 교과목을 대상으로 하여 객관식으로 출제되는 점을 감안하여 주로 국어·영어·수학 등의 주지 교과만을 대상으로 주관식문방으로 출제되었다. 대학입시에서 당락결정에 결정적 역할을 해온 대학본고사는 대학진학 준비생들에게 주지교과위주의 학습을 유발케 되었으며 이에 따라 이들 교과를 대상으로 하는 과열과외현상이 생겨나고, 그 결과 학교교육을 비정상화시켜 학생의 전인적 발달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초래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고교교육을 정상화시키고 사회의 물의를 빚는 과열과외를 근절하기 위한 방안으로 1981학년도부터 대학본고사를 폐지하고 고교내신제를 실시하게 되었다. 그후 대학정원확대로 대입예시의 합격 선이 의미를 상실하게 되어 예시는 학력고사로 성격전환이 가해졌다.
그러나 현행 입시제도는 학생선발방법상에서 새로운 문제점을 드러내게 되었다. 즉 현행 학생선발과정은 대학학력고사에 응시하고 본인의 성적을 확인한 후 대학을 복수로 지원하고 응시는 한 대학만을 택하도록 하였다. 그 결과 고교에서는 진학지도가 곤란해지고 학생들의 대학선택에 대한 심리적부담은 가중되었다.
이와 함께 일부 대학에서 정원미달사태가 발생하게 됨에 따라 학생과 학부모들의 눈치작전은 더욱 치열해지고 사행심까지도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게 되었다.
이처럼 현행 입시제도가 운영과정에서 사회의 물의를 빚게 된 것은 교육제도자체의 문제도 있겠지만 우리사회가 갖고있는 원천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데에도 더 큰 이유가 있다고 하겠다.
교육제도와 관련된 문제로는 지역간·학교간 교육격차 외에도 중등교육단계에서 진로지도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특히 초·중등학교에서의 학생선발제도가 결여되어 있어서 대학입시에서의 병목현상은 대입경쟁을 더욱 가열시켰다고 볼 수 있다. 사회제도와 관련해서는 학력간에 셈한 임금격차와 서열 및 간판위주의 대학진학풍토 등이 대학입시의 문제를 더욱 가열시켜왔다.
그러므로 이러한 대학입시제도를 개선함에 있어서는 교육제도 그 자체의 개선 못지 않게 사회의식구조의 개선이 이루어져야함을 시사해준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장·단기적인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단기적인 방안으로는 대학지원과 응시방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복수지원제를 재검토하고 지원·응시절차를 철저히 보완하는 일이다.
이와 함께 학생의 능력과 적성을 입시에 반영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학력고사의 배점비율을 대학과 학과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토록 하는 방안도 연구해 볼만하다.
그리고 장기적인 방안으로는 초등·중등·고등교육제도 전반에 걸친 학생선발방법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방향을 재정립하는 연구도 수행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입시제도라 하더라도 그 성패는 교육외적 요인에 의해 상당한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정부와 기업체는 학력간 임금격차를 축소하는데 노력하고 사회에서는 학력과 간판보다는 실력과 업적을 중시하는 풍토가 조성되어야할 것이다.
홍웅선
▲1918년 서울출생▲37년 경성사범졸업 ▲61년 문교부 학무국장 ▲64년 미국 조지피바디대 졸업 ▲68년 교육학박사(워싱턴 대)▲67년 연세대교수 ▲현 한국교육개발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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