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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노점과의 전쟁' 나선 중구청과 중부경찰서

중앙일보

입력

서울 중구청과 중부경찰서가 ‘불법 노점과의 전쟁’에 나섰다. 열흘 째 계속되고 있는 단속 과정에서 “거리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는 중구청과 “기본적인 생계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노점상들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중구청은 지난 6일부터 노점상 심야 단속을 강화했다. 매일 저녁 7시부터 새벽 3시까지 공무원 50여명과 경찰 100여명이 서울 동대문 쇼핑상가 근처 거리에서 단속에 나선다. 그래서 요즘 동대문 쇼핑상가 근처에선 매일 저녁 좌판을 펴려는 노점상들과 거리를 지키고 있는 공무원ㆍ경찰들이 서로 마주보며 대치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이미 영업을 하고 있는 노점 좌판을 걷어내는 게 아니라, 아예 노점상이 좌판을 펴지 못하도록 인도에 경찰 병력이 상주하며 단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제 철거를 진행할 경우 노점상들의 반발이 커지는 것은 물론 경찰과의 물리적인 충돌도 피할 수 없어서다. 양재현 중부경찰서 생활안전과장은 “해당 구역에 상주해야 하기 때문에 경력 투입을 훨씬 많이 해야하지만, 단속의 목적이 ‘양성화’에 있는 만큼 노점상들도 납득할 수 있는 선에서 정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대문 지역에서 불법으로 영업을 하는 노점상은 800여곳에 이른다. "지금처럼 지역을 불문하고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좌판을 펴면 교통 불편을 야기한다"는 게 중구청의 입장이다. 이 지역은 인도 폭이 2m가 채 안될 정도로 좁아 노점을 필 경우 보행자가 오갈 수 있는 폭이 1m 남짓으로 줄어든다. 저녁 시간에 유동인구가 많아질 때면 일부 보행자들이 차도로 우회하는 등 위험한 상황이 발생한다. 2년 전부터 단속에 공을 들였지만 그때 뿐이었다. 중구청은 올해 아예 거리를 불법 점거하고 있는 노점들을 솎아 생계형 노점상을 가려내고, 이들을 지정된 자리로 이동해 영업을 계속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노점상들의 반발은 여전히 거세다. 단속 이틀째인 7일에는 노점상 4명이 중구청 공무원들의 멱살을 잡아 공무집행방해죄로 입건됐다. 이들은 “구청에서 이전을 권유하는 곳은 유동인구가 적은 곳이라 손님이 줄어드니 생존권을 위협받는다”고 주장했다. 동대문 쇼핑상가 근처 노점들의 주요 고객이 새벽녘에 동대문에서 옷을 사가는 도매상인들로, 오후 9시쯤부터 손님들이 오기 시작한다. 한 노점상은 “낮에는 식당에서 일을 하고, 저녁에 노점을 하는 ‘투잡’을 뛰어 겨우 아이들 학원비를 겨우 번다”며 “좌판을 옮기면 직장 하나를 잃는 셈”이라고 하소연했다.

중구청과 중부경찰서는 동대문 상가 근처 노점들이 정비되는 대로 단속 구역을 명동과 남대문 시장까지 넓히기로 했다. 이달 말까지 ‘생계형 노점상 양성화 방안’을 마련해 노점상들로부터 신청을 받고, 재산조회 절차를 거쳐 노점 허가 구역으로 이전한다는 계획이다. 이에따라 지자체, 경찰과 노점상들간의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혜경 기자 wisel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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