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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일본 상임국 진출 '방해 외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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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중국이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저지하기 위해 전방위 '방해 외교'를 펼치고 있다고 일본 도쿄(東京)신문이 12일 보도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베이징(北京) 주재 각국 대사를 차례로 외교부로 불러 일본.독일.브라질.인도 4개국이 추진 중인 안보리 확대 결의안에 반대하도록 설득하는 등 노골적인 방해 외교에 나섰다.

일본은 특히 중국이 독일.인도.브라질 등 3개국의 상임이사국 진출에는 대체로 찬성하면서도 유독 일본의 진출만은 어떻게든 막겠다는 뜻을 굳이 숨기려 하지도 않는다는 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중국은 7일 유엔 개혁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을 정리한 외교 문서를 발표하면서 "각 지역의 개혁안은 먼저 그 지역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국 현지 소식통은 "중국은 세계 곳곳에서 일본만은 (상임이사국에) 넣지 말도록 활동하고 있으며 예상보다 훨씬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 아프리카 '표밭'도 위험=일본은 정부개발원조(ODA) 지원 확충 등을 내세우며 자국이 공을 들여온 아프리카 국가들에도 중국이 손길을 뻗친 것으로 보고 있다. 아프리카연합(AU)은 유엔 회원국 53개국이 가입해 있는 말 그대로 큰 표밭이다.

현지 일본 외교 관계자는 "안보리 확대 결의안 교섭이 본격화된 뒤 각국 정부 관계자가 일본 외교관들과 만나기를 꺼리는 분위기다. 중국이 방해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 말했다.

AU는 9일 나이지리아에서 유엔 개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10개국 외무장관 회담'을 개최했다. 주최국인 나이지리아는 애초 일본.독일.인도.브라질 등 4개국을 회의에 초청했으나 추후에 "초청을 철회하겠다"고 일본에 알려왔다. 일본은 그 배후에 중국이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 마치무라 외상 아시아 순방 '빈손'= 마치무라 외상은 나이지리아 방문 계획이 무산되자 예정을 바꿔 11일까지 브루나이.베트남.캄보디아 3국을 순방하면서 지지를 요청했으나 3국 모두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브루나이는 공동 제안은커녕 결의안 지지 자체에 대해서도 명확한 태도를 밝히지 않았다.

훈센 캄보디아 총리는 마치무라 외상에게 "결의안에는 찬성하지만 공동 제안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요청이 있어 상황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마치무라 외상이 시찰할 예정이던 브루나이의 사원에는 지난달 30일 쉬둔신(徐敦信) 전 일본 주재 중국대사가 다녀간 서명이 남아 있어 중국이 선수를 친 사실이 확인됐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전했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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