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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보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엊그제 한 TV는 철새들이 떼죽음을 한 광경을 보여주었다. 갯바닥에 아무렇게나 내동댕이쳐진 그 주검들을 보면서 섬뜩한 두려움을 느낀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 잔혹의 현장은 환경공해로 유명한 울산의 대화강변. 그러나 이철새들의 죽음은 공해때문이 아니었다. 누가 계획적으로 강주변에 독극물을 뿌려놓았다.
이런 일이 아니라도 철새들은 잠시 머물고 갈 터전을 잃어가고 있다. 낙동강에서 먹이를 찾던 새들이 오염된 강가에서 떼죽음을 하기도 한다. 계획중인 낙동강 하구언이 서면 철새도래지의 생태계는 완전히 과괴되리라고도 한다.
그 같은 현상은 영강변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철새만이 아니고 물고기들의 수난도 벌써 보고되고있다.
공장 폐수로 오염된 강에서 흰 배를 내밀고 물위에 떠오른 물고기의 시신들은 이미 눈에 익어 있다.
척추가 구부러져 이상한 몸체를한 변리조차 나타나고 있다.
야생동물들의 실태도 비고적인 것이었다. 옛날에 이 땅에 흔히 서식하던 짐승들도 거의 희귀해졌거나 멸종되었다.
작년엔 어린 반달곰이 철모르고 재롱을 부리다가 사나운 사람들의 총탄을 맞고 비명횡사하는 사건조차 일어났다.
산에 나무가 없어 달신할 여지도 줄고 사람에 쫓기는데다 먹이도 시원찮으니 도저히 살아갈 재간이 없을 건 뻔한 일이다.
그건 또 세계적 현상이다. 작년에 미국대롱령 환경문제자문위원회는 『지상의 생물이 매일 2, 3종씩 사라지고 있다』고 보고한바 있다.
지금 지구의 생물은 5백만에서 1천만 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런 속도라면 20년 후엔 그중 20%는 소멸하리라는 계산이다.
20세기에 들어와 멸종된 동물로는 「도도」새와 큰바다오리가 있다. 고대 마야족들이 숭배했던 곤성한 새「케찰」이 지금은 거의 멸종단계에 있다.
과거 동남아와 인도에 걸쳐 흔해빠졌던 아시아 코끼리도 겨우 3만 마리를 헤아리는 희귀한 존재가 되고있다.
그런 비관스런 상황 속에서 어제 중앙일보에 소개된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의 실태보고는 여간 반갑지 않다.
남한에서 멸종직전에 있던 야생동물들이 l년사이에 거의 2배로 늘어났다는 것은 신기할 정도다.
82년에 모두 1백26마리였던 사향노루·산양·반달곰·여우·늑대·수달등 6개 희귀동물이 2백51마리로 늘었다. 또 이들의 서식처도 25곳에서 58곳으로 늘어난 것이다.
그건 야생동물이 살 수 있는 환경조건이 좋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확실히 말하면 사람이 살 수 있는 우리 주변환경도 개선되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반달곰이 겨우 4마리 늘어 54마리, 사향노루와 늑대가 각각 6마리 늘어 40마리와 20마리가 된 것으로 만족해할 처지는 결코 아니다.
동물애호의 정신과 환경보전의 노력이 새삼 아쉬워지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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