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이슈] "즐기는 자원봉사 이젠 생활의 일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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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 과천도서관 옆 공터. 40여 명의 어린이들이 진치기, 신발 뺏기, 긴줄 넘기, 닭잡기 등의 놀이에 열중하고 있다.

언뜻 보면 체육시간 같지만 그렇지 않다. 생활공동체 과천품앗이가 혼자 노는 아이들을 모아 전래 놀이를 가르치는 '친구야 놀자'자원봉사 프로그램의 한 장면이다. 이 공동체는 '편안하고 재미있는 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 양승기(40.삼성전자 차장)씨는 지난 4월 말부터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회사 동료 20여 명의 가족들과 함께 수원 화성에서 '화성 지킴이' 자원봉사를 한다. 이들은 화성 일대의 환경을 정리하고, 외국인 관광객들의 통역이나 가이드를 해주고 있다.

양씨는 "회사에서 주 5일제를 적용한 이후 '쉬는 날 뭔가 좋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는데 보람이 크고 너무 재미 있어서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각지에서 자원봉사 활동이 폭발적으로 확산되고 있고, 놀이 개념까지 포함된 즐기는 봉사가 등장하는 등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자원봉사 지도자 양성기관인 '볼런티어21'이 올 초 전국의 성인 남녀 1600여 명을 대상으로 자원봉사활동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0.5%가 어떤 형태로든 자원봉사를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전체 성인인구(3660만 명)에 적용해 보면 750만 명이 참여하는 셈이 된다. 여기에 자원봉사 활동 참여가 의무화된 중.고생 368만 명(2004년 현재)을 포함하면 참여 인구는 11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명절 때 양로원이나 보육원을 찾아가 선물을 전달하고 몸이 불편한 이웃의 육체적인 수고를 덜어주는 것이 과거 자원봉사 활동이었다면 최근의 자원봉사는 나누면서 함께 즐기는 생활의 일부가 되고 있다. 자원봉사 활동의 종류도 사회복지시설 벽화 그리기, 점자도서 인쇄돕기, 장애인과 영화 보기, 소형 목제가구 제작.기증, 농어촌 주택 보수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즐기는 자원봉사가 확산되다 보니 자원봉사에 놀이(Entertainment)의 개념을 더한 '볼런테인먼트'(Voluntainment)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지난해 3월부터 이 운동을 벌이고 있는 '볼런티어21'의 장문정 간사는 "취미 활동이나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자원봉사를 하거나 주말 나들이나 휴가지.여행지 등에서 참여한다면 재미를 느끼며 자원봉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자원봉사자가 급증하고 형태가 다양해지는 이유로 소득 증가와 봉사에 대한 인식 변화를 들고 있다. 살림살이에 여유가 생기면서 자신보다 어려운 처지의 이웃을 돕는 일에 눈을 돌린다는 것이다. 자원봉사에 대한 생각도'특별한 때 특별한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생활 가운데 한 부분'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성식.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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