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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구조 요청한 사람들 다 구조" 유족들 "다 구하긴 뭘 다 구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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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 등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가 16일 국회에서 열렸다. 국감장을 찾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세월호 선원들의 증언을 듣는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오종택 기자]

16일 국회 본청 5층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수의(囚衣)를 입은 증인들이 등장했다. 강원식 1등항해사, 김영호 2등항해사 등 세월호 선원들이었다. 그러나 핵심증인인 이준석 선장과 박기호 기관장 등은 국회의 동행명령에도 불구하고 출석하지 않았다. 여야는 한 번 더 이들을 부른 뒤 계속 응하지 않을 경우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세월호 선원들은 대부분의 질의에 대부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식의 대답으로 일관해 의원들로부터 “불리한 이야기는 웅얼거리고 변명하며 태만히 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김승남(새정치민주연합) 의원=“배가 기울어져서 8시50분에 침실에서 나왔다고 했는데 탈출한 9시46분까지 한 시간 동안 뭘 했나요.”

 ▶강 항해사=“….”

 ▶김 의원=“배가 계속 기울었는데 바닷속으로 들어가는지 몰랐나요.”

 ▶강 항해사=“뭘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기억이 안 납니다.”

 ▶김 의원="이준석 선장과 탈출할 때 안에 있는 수많은 승객들은 생각 안 했나요.”

 ▶강 항해사="별 생각 없었던 것 같습니다.”

 같은 당 박민수 의원은 선원들이 재판과정에서 “승객구조는 해경의 몫”이라고 주장한 걸 가리켜 “자기들만 살려고 다 도망나와 놓고 그렇게 뻔뻔하게 얘기할 수 있느냐”고 추궁했다.

새누리당 안덕수 의원은 “선원들에게 사건 이후 가장 괴로운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꽃같은 젊은 아이들을 구하지 못한 후회를 얘기할 줄 알았는데 (수사기관의)조사 받는 동안의 스트레스를 말하고 있다”며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구조책임이 있는 해경123정장과 목포해양경찰서장, 진도 VTS센터장도 증인으로 나왔다. 해경123정 정장 김경일 경위는 “구조를 요청한 사람들은 다 구조했다”며 “못 봐서 구조를 못했을망정 구조 노력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상황에선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때 방청석에 앉아 있던 일부 유가족들이 울음 섞인 목소리로 “다 구하긴 뭘 다 구했느냐”고 소리를 질렀다. 새누리당 경대수 의원은 “안에서 대기하던 선생님과 학생들은 밖에 헬기와 구조선박이 와 있으니 좀 있으면 구조될 수 있다고 믿었을 텐데 따로 어떻게 구조요청을 했겠느냐”며 “망치로 창문을 깨기만 했어도 안에서 지켜보던 수십 명을 구조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새정치연합 황주홍 의원은 지난달 3일 본지 보도(‘보트 시동 걸다 골든타임 날려버린 해경’)를 언급하며 “해양경찰의 구명보트가 5분 동안 시동이 걸리지 않아 골든타임을 날리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글=이지상·이윤석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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