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악마의 거래’ … 2000억 날릴 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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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직원들이 특정 업체가 사업자로 선정되도록 서류를 조작하는 등의 불법 행위로 2000억원의 예산을 날릴 뻔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인 2011년 5월 한수원이 원전 폭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설비사업(총 예산 약 6000억원)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다.

 새정치민주연합 추미애 의원이 16일 한수원으로부터 받은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안전기술본부 간부 2명이 사업에 입찰한 프랑스·미국·스위스 업체 가운데 프랑스 회사로만 출장을 다녀온 뒤 이 업체에 유리하도록 사업을 추진했다. 시설 가격이 싼 미국 회사나 스위스 회사와는 면담을 하지 않고 자료도 받지 않았으며, 한수원 중앙연구원이 3개 사의 시설이 모두 만족스럽다고 보고한 것도 무시했다. 이들은 최종 기술평가 과정에 위원으로 참여해 다른 위원들의 평가서를 대신 작성하는 식으로 서류까지 조작하면서 프랑스 회사가 2012년 2월 시범사업자로 선정되게 했다.

 당시에도 이들은 견적서에 시공·토건비 58억여원을 중복 계상해 212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감사 결과 89억여원을 낭비했다. 감사 보고서는 “이들이 중복 계상한 방식으로 모든 사업을 추진했을 경우 약 2050억원의 예산이 낭비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직 3개월 등의 징계를 받았을 뿐이다. 추 의원은 “국가의 이익과 국민의 안전을 배신한 ‘악마의 거래’로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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