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회 고삐 늦춘 게 「천추의 한」"|"코뼈 내려앉아 호흡곤란|필리핀 복싱풍토는 비열|재기는 완쾌 뒤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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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프로복싱 WBC(세계권투평의회) 슈퍼페더급챔피언 「롤란도·나바레테」에게 도전해 통한의 11회 역전 KO패를 당한 최충일 선수(25)가 서순종 매니저·강준호 트레이너, 그리고 부친 최춘식 등과 함께 19일 하오 5시55분 KAL 편으로 귀국했다. 색안경을 끼고 수술한 코는 퉁퉁 부어 있었지만 패전지장 답지 않게 차분한 최선수는 『6∼7회에 몰아 붙이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다. 체력이나 맷집이 약해 패한 것이 아니고 2회에 코뼈가 주저앉아 종반에 호흡곤란으로 당한 것이다』고 말했다.
-5회에 다운을 뺏은 뒤 6회에 왜 승부를 걸지 못했는가.
▲ 「나바레테」가 완전방어 자세를 취하는 바람에 늦추게 됐다. 주심은 경기전 두손으로 얼굴을 가린 완전방어 자세는 다운으로 간주하겠다고 선언해 놓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러나 승리를 낙관해서 계속 공세를 취하지 않았다.
-패인은 체력이나 맷집이 약한 때문이었는가.
▲일생일대의 이 타이틀선에 대비, 충분한 연습을 하여 15회전을 뛸 체력에는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2회에 코가 주저앉아 호흡곤란을 느끼면서도 15회까지 뛸 수었다고 생각한 것이 잘못이었다. 코는 지난 79년 11월 필리핀의 「에스피노사」를 5회 KO로 누를 때 다친 이후 경기 때마다 곤란을 느껴 왔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왔었다. 그러나 이날 부상이 워낙 커 입으로만 숨을 쉬다 10회에 복부를 맞은 것이 치명타가 됐다.
-적지에서 싸움이 어려웠는데 소감은.
▲나는 복싱을 한편의 드라머라고 생각하고 거짓이 없는 승부의 세계에 뛰어 들었다. 아마때도 해외원정을 수없이 했지만 이번같이 필리핀의 비열한 복싱풍토는 처음 겪었으며 회의감마저 느꼈다. 우선 링이 좁고 권투화에 문지를 송진가루가 없었으며 손에 가는 붕대도 헝겊 아닌 고무었다. 특히 글러브도 6온스 대신 8온스를 사용토록 하는 등 아옷 복서인 나에겐 모든 게 불리한 상황이었다.
홈그라운드 였다면 5회 이내에 승부를 끝낼 수 있었다고 장담한다.
「나바레테」에게 진 것이 아니고 필리핀이라는 불리한 여전에 패한 것이다.
-챔피언 「나바레테」가 애꾸눈이란 얘기가 있는데-.
▲복서는 애꾸눈이면 거리를 맞출 수 없다. 「나바레테」는 나에게 하도 맞아 오른쪽 눈이 거의 감겨진 것이 와전된 것이다. 「나바레테」도 승리한 뒤 탈진상태여서 쓰러졌다는 사실을 후에 알았다.
그러나 그는 프로근성이 뛰어난 훌륭한 복서여서 이번 경기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부상정도와 재기여부는….
▲손목은 다운될 때 약간 삔 것이며 코는 한달간 치료를 해야 한다. 재기여부는 부상이 완쾌된 후 생각해 보겠다. <이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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