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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임대 빼면 남는 게 없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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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 시행(5월 19일) 이전에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재건축단지들이 안도의 숨을 쉬기도 잠시뿐 임대아파트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임대아파트 비율을 낮추기 위해 사업추진을 서둘렀으나 조합원 몫까지 임대아파트로 내놓아야 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여기에 환수제에 따른 조합원 추가부담금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어서 조합들은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 조합원 몫도 부족=환수제를 피하기 어려운 단지들은 임대아파트 가구 수를 줄이는 게 재건축 후 주거 가치가 낫다는 판단에서 사업시행인가를 서둘렀다. 환수제가 시행되기 전에 인가를 받지 못하면 임대아파트 비율을 재건축으로 늘어나는 용적률의 25%로 적용받기 때문에 임대아파트를 인가받았을 때(10%)의 2.5배로 지어야 한다. 임대아파트 비율인 25%만큼 용적률을 더 받지만 고밀화로 쾌적성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작용했다.

그런데 사업시행인가에 급급해 당초 임대아파트를 고려하지 않고 조합원 평형 확대에 초점을 맞춘 사업계획을 밀어붙인 탓에 인가는 받았으나 사업계획이 진통을 겪게 됐다. 임대아파트 비율을 따져 보니 일반분양할 여지가 없거나 조합원이 가져갈 가구도 모자라기 때문이다. 조합원 평형을 기존의 두세 배로 키우는 데 재건축으로 증가하는 용적률의 대부분을 사용한 탓에 용적률 여분이 줄어 빚어진 결과다.

수원시 화서주공2단지는 재건축으로 기존 조합원 가구수보다 60가구 늘어나는데 용적률 증가 폭의 10%에 해당하는 임대아파트는 128가구로 예상된다. 모자라는 68가구는 조합원 몫으로 채워야 할 판이다. 조합 관계자는 "용적률은 89%에서 242%로 크게 늘어나지만 기존 13평형의 조합원 가구 대부분이 30~40평형대로 커지고 층높이 제한 등으로 가구수를 많이 늘리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포구 유원아파트는 가구수를 2가구 늘릴 계획으로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는데 임대아파트로 내놓아야 할 가구는 이보다 10가구 더 많을 것 같다.

일반분양분이 전혀 없는 단지도 있다. 강동구 길동 진흥은 조합원 몫 이외의 30가구를 모두 임대아파트로 내놓아야 할 것으로 조합 측은 보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20~34평형의 조합원 평형을 10평 이상 넓히면서 임대아파트를 제외하고 일반분양할 여지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2072가구로 건립할 계획인 광명시 철산주공3단지도 늘어나는 172가구가 모두 임대아파트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단지보다 사정이 나은 다른 단지들의 일반분양분도 많지 않다. 광명시 하안본1단지는 조합원 몫을 제외한 375가구 가운데 22%인 85가구 가량만 일반분양할 수 있다.

◆ 사업계획 변경 비상=조합원 몫까지 임대아파트로 내놓아야 할 단지들의 사업계획 변경은 발등의 불이다. 조합원 몫이라도 챙기려면 재건축 평형을 줄여 가구수를 늘릴 수밖에 없다. 유원아파트 조합 관계자는 "중대형 평형을 조금씩 조정해 조합원 몫을 뺀 범위에서 임대아파트 가구수를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화서주공2단지도 설계변경에 나섰다. 조합원 몫을 뺀 물량 가운데 임대아파트가 모자라지 않는 재건축단지들도 사업계획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임대아파트 제공에 따른 조합원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여서다.

임대아파트가 수백 가구에 이르는 반포2,3단지의 경우 조합원이 가구당 4000만원 이상을 더 내야 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광명.수원지역 단지들의 추가부담금은 1000만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수원지역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여기에다 조합 부담으로 짓고 준공 뒤 받는 임대아파트 비용이 수백억원일 텐데 2년 반 이상의 공사기간 동안 들어갈 금융비용만 해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합들은 일반분양 수입을 늘려 조합원 부담을 덜기 위해 사업계획에 손을 댄다. 수원시 권선주공3차는 임대아파트를 제외하고 550가구 정도를 일반분양할 수 있지만 일반분양 가구수를 80가구 늘리기로 했다. 조합 관계자는 "분양 가능성이 낮은 대형 평형을 줄이고 중대형 평형의 가구를 늘려 일반분양하는 게 분양수입에서 나을 것 같다"고 전했다. 조인스랜드컨설팅 백준 사장은 "임대아파트를 공사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가는 20평형대 이하로 맞추고 30평형대 이상을 일반분양하기 위한 사업계획 변경이 잇따를 것"이라며 "임대아파트 비율을 맞추고 일반분양분을 늘리려면 조합원이 들어갈 평형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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