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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한·미 정상회담] "미 신무기 개발계획은 돈 먹는 블랙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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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세계 최대의 군사 강국 미국이 추진하는 각종 신무기 개발 프로젝트가 엄청난 예산을 낭비하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이 9일 보도했다. 신문은 국방 관리와 군사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국방부가 추진하는 80여 건의 신무기 프로젝트가 예산을 3000억 달러나 초과해 1조4700억 달러에 달하는 등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해군은 1996년부터 21세기형 군함에 장착할 신형 유도 미사일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그러나 시험 발사 과정에서 미사일의 유도시스템이 자체 결함으로 불타 버리고 말았다. 놀랍게도 해군 측은 이 시험 발사를 성공사례로 간주하고 사업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이 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당초 계획보다 다섯 배나 많은 4억 달러로 불어났다. 해군이 추진 중인 신형 구축함(DDX) 건조 비용도 당초 예상보다 늘어나 한 척에 40억 달러나 소요될 전망이다.

미 공군이 20년 전부터 추진해 온 차세대 전투기 획득사업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대당 구매 가격이 3500만 달러로 책정됐다. 그러나 현재 추산으론 대당 3억3300만 달러로 늘었다. 미 공군은 현재 F-22를 포함해 세 종류의 전투기를 개발 중이다.

미 의회 소속 회계감사원(GAO)의 데이비드 워커는 미국은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민간 기업으로 치면 "파산 지경"이라며 무분별한 신무기 예산 확대를 비판했다.

신문은 비용이 눈덩이처럼 증가하는 가장 큰 이유가 군 당국자들이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만들기 어려운 '꿈의 무기(dream weapons)'에 집착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군수업자들이 사업을 따내기 위해 군 당국에 "개발할 수 있다"를 남발하는 것도 한 요인이다.

신무기 획득 예산과 관련된 또 다른 문제점은 국방부의 '비밀주의'다. 신문에 따르면 미 행정부가 신무기 획득 및 개발 비용으로 집행하는 연간 예산 1480억 달러 중 20%는 '검은 예산(black budget)'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일반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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