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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육군대학원 최우수 논문상 한국 군인으론 처음 받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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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국군 장교가 미국 육군 최고 교육기관인 미 육군 대학원(US Army War College)에서 처음으로 최우수 논문상을 받는다. 우리 육군에서 선발된 연수생으로 지난 1년간 전략학 석사과정을 이수한 정연봉(48.육사 38기) 대령이 영예의 주인공이다.

11일 펜실베이니아주 칼라일의 미 육군 대학원 교정에서 치러질 졸업식에서 그는 졸업생 325명 중 최상위 4명에게 주어지는 육군대학원장상(최우수 논문상)을 받는다. 미 육군대학원은 대령급 장교 중 상위 15%만 입학할 수 있는 인재의 산실이며, 정 대령은 수상자 4명 중 유일한 외국인이다.

그의 논문의 주제는 '북핵 문제에 대한 미국의 접근법이 안고 있는 문제점과 바람직한 대안'. 그는 논문에서 "미국은 '북핵의 완전무결한 폐기'라는 단기적 목표에만 집착하고, 핵문제를 해결하는 방법과 수단도 강경 일변도여서 주변국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며, 따라서 북한의 핵 능력을 강화시키는 결과만 낳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안은 포괄적 협상과 상호주의에 입각한 단계적 해결. 대북 안전보장 및 경제지원.수교 등 북한의 관심사도 함께 논의해야 협상이 풀려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의 해법과 비슷하다.

정 대령은 "나라 돈으로 유학한 군인으로서 우리나라에 조그만 기여라도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미군 의사 결정자들이 논문을 읽어보고 미국의 북핵 접근법을 개선하는 데 활용한다면 바랄 나위 없을 것"이라며 "논문은 또 우리 정부가 미국에 우리식 접근법의 장점을 설득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육군에선 1978년부터 매년 대령급 장교 1명을 선발해 미 육군대학원에 파견해왔다. 역대 연수생 중 정 대령이 처음으로 상을 받은 것이다. 그는 82년 임관한 이래 육군대학 등 각 교육과정을 우등으로 마친 기록도 갖고 있다. 토머스 슈워츠, 리언 러포트 한미연합사령관의 부관으로 각각 1년간 근무했으며, 연합사 전쟁기획장교도 역임한 미국통이다. 이달 말 귀국해 보병 50사단에서 연대장으로 근무할 예정이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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