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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실험 1년|「장외정치」흔적은 아직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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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5공화국의 신생정당들이 창당1주년을 맞았다.
민정당이 15일, 민한당이 17일, 국민당이 오는23일로 각각 한돌이다.
1년전 계엄하에서 서둘러 창당된 각 당들이 그동안 선거를 치르고 몇차례 국회를 운영해오면서 그런대로 자리와 질서를 잡아 오늘의 비교적 안정된 정계를 이루었다.
1년전 창당된 12개의 정당가운데 선거에서 의석을 얻지못한 4개당이 해산되고 민정·민한·국민·민권·민사·신정·근농(전민농)·자주민족당(전안민)등 8개당이 활동중이다. 8개당중에서도 독자적인 원내교섭단체를 이룩한 민정·민한·국민당을 제외한 나머지 5개당은 의석l, 2개의 미미한 세력으로 국내정치에서 이렇다할 구실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정계판도는 이른바 3당체제로 굳었고 민사·신정당간의 합당추진과 같은 부분적인 개편움직임이 있긴하지만 판도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은 적다.
1년전의 그 생경하고어설퍼 보이기 까지하던, 짜임새 없어보이던 정당들이 1년을 지나면서 이만큼이라도 모양을 갖추고 자리를 잡은것은 일견 대견스런 일이며, 10·26후에 겪은 갖가지 경험에 비춰보면 깊은 감회를 갖게 한다.
각당은 각기 정책을 개발, 제시하고 조직을 정비했으며 국회활동을 통해 국정에 참여하는등 본래의 기능을 나름대로 열심히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제 1주년을맞은 각정당들이 다 만족할만한 모습이나 바람직한 수준에서 활동하고,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우리의 정당정치는 아직 더 발전해야할 여지가 많다.
우선 이 시절의 정치가 정당들에 의해 대부분 이뤄지고 있는가 하는 점을 각당은 생각해야 한다. 모든 정치문제를 정당이 다 끌어들여 토론하고 절충하고 결론에 이르는 방법으로 문게해결을 할수있을 때 정국은 안정되고 정계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기대를 모을수있다. 반대로 어떤 문제는 다루지도 못하고 정작 해야 할 정치가 정당 아닌 딴곳에서 이뤄지거나 정치문제가 행정적인 방식으로 처리된다면 정당이 제구실을 다한다는 평가를 받기 어렵다.
말하자면 정치는 정당들이 거의 남김없이 수용해야 하는데도 현실은 반드시 그렇지는 못한것같으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장외정치」의 존재를 믿고있음도 부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각당은 아직도 정당의 행동반경을 넓혀야할「정치의 영역」이 존재한다는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같다.
정당 서로간의 관계에 있어서도 각 당이 재고할 대목이 있을법하다.
3당체제라지만 의석의 9분의5를 가진 민정당이 9분의5이상의 압도적인 우세로 타당을 리드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대화와화합의 정치라는 구호의 고창속에 정무장관이 야당까지 찾아다니며 협조를 약속하는 좋은 분위기지만 사실장 모든 결정은 민정당에 의해 이뤄졌으며, 3당이 합의한 공동발의도 민정당의 결단에 따른것이었다.
지난해 정기국회에서도 합의안된 모든쟁점은 민정당의 승리로 귀결된 것은 누구나 아는일이다.
지난 1년 각당이 공식조달한 정치자금이 54억원이었는데 이중 90%인 49억원 정도가 민정당으로 들어갔다.
게다가 타당이 엄두도못내고있는 당원훈련·교육·당원정예화 작업등을 민정당만이 활기있게 추진하고 있다. 이북「노동당」과의 대결에서 이기기 위해 장기적으로 추진한다는 일이지만 국내정치에서 보면 타당과의 격차를 더욱 넓히는것도 사실이다.
이런 점이 민주정치의발전이란 측면에서 어떤영향을 마칠까에 관해 각당의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할 것같다.
각당의 내부를 살펴보더라도 지나간 1년으로는 미흡했다고 느낄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
민정당의 경우 1백52명의 의원을 비롯한 다양한 인물들이 모여있지만 별로 다양한 의견들이 제기되지는 않고 있으며 중요결정은 소수에의해 이뤄지고 있다. 다양한 인물들의 다양한 의견과 에네르기를 개발, 결집시키는 태세가 미흡한게 사실이다. 소속의원들의 소외감은 여전히 민정당이 해결해야할 과제다.
또 방대한 당원관리와 예산운용등으로인해 불가피하게 노츨되는 관료화현상도 민정당이 경계해야할 일중의 하나다.
당우위체제라는 말로 나타나고있는 민정당의 의욕적인 방향설정은 앞으로 그 전개과정이 크게 주목되는 일이다.
새정계가 국민의 충분한 관심을 끌지못했다면그 상당한 책임을 제1야당인 민한당도 지지않으면 안된다. 국민의 비판적 의사를 민한당이 제대로 대변했는지, 집권당의 대안으로서의 태세정비와 역할인식이 얼마나 투철했는지 창당1년을 맞아 생각해볼 일이다. 야당을 택한 까닭이 단순히 여당에 들어갈 기회가 없었다거나 의원당선의 한방법이라고 한다면 미흡하다. 그나마 최근에는 내부 핵분열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야당사상 82석이란 적은 숫자가 아니다.
국민당은 좋은 의미의개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다른 당과 구별되는 독자성을 지녀야하며 당론의 일관성을 견지해야한다는 의견이 많다. 지난 1년간 몇건의 아이디어가 성공했다는 것은 정치력의 소산이기보다는 정치상황에 민감했다는 얘기로도 된다. 규모는 작지만 그런대로 주목되던 혁신정당은 국내 정치에서는 거의 특색을 보이지못했던 것같다.
지난1년의 경험을 잘 분석하고 음미할때 창당 한돌의 뜻은 더욱 깊어질것이다. <송찬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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