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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V의 용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일본의 민간TV방송인 NTV(일본TV)가 최근 한 다큐멘터리 프로를 통해 일제의 한국침략사를 비교적 솔직하게 파헤쳐 화제가 되고있다.
일본은 일의대수의 가까운 이웃나라요, 진실을 보도하는 것은 언론의 정도이니 당연한 일인데도 관심거리다.
그건 그동안 일본이 이웃나라 한국을 올바로 이해하고 올바로 대하지 않았다는 얘기도 된다.
『일제36년, 한국과 일본』이란 제목의 1시간짜리 다큐멘터리는 일제가 우리의 청장년들을 강제로 징병하고 징용한 사실, 관동대지진 당시 우리교포들을 까닭없이 대량 학살했던 사실을 담고있다.
일제의 침략전쟁 수행과정에서 총알받이로 내몰았던 학도병과 정신대라는 미명아래 우리여성들을 위안부로 동원했던 사연하며 우리 글과 말을 빼앗고 심지어는 성씨까지 고치게했던「창씨개명」의 사실도 방영하고있다.
그런 사실들은 앞으로 5회에 걸쳐 더 방영될 예정이다. 일본친청자들이 그것을 보고 과연 어떤 느낌을 갖게 되었을까.
그 프로의 부제가『식민지시대 36년의 역사,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았던 진실』인 점도 의미 깊다.
일본은 지금까지 어린세대에게 한일관계의 진실을 가르쳐주지 않았고 지금도 가르치지 않고있다.
작년에 나온 청수서원의 고교용「일본사」는 일제말 한국의 젊은이들을 강제로 연행하여 중노동에 복무시킨 사실을 교묘히 은폐하였고, 또 고교용「현대사회」에서는 당시 『조선어와 함께 일어가 공용어로 사용됐다』든가, 신사참배가 「장려」되었을 뿐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일제말에 우리말은 말살되고 공용어는 일어뿐이었던 사실과 신사참배가 「장려」아닌 「강제」였던 사실이 은폐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현재도 한국적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입시에 합격한 학생의 입학이 취소되고 취직에도 수많은 제약이 가해진다.
일인들의 한국에 대한 감정도 좋을수가 없다. 그들의 여론조사는 늘 제일 싫어하는 나라에 한국을 끼워넣고 있다.
그런 시점에서 이 프로가『이처럼 비인간적인 죄악을 저지른 것이 먼 옛날의 일이 아니며 바로 우리들 아버지세대가 한짓』임을 강조했다는데는 적잖은 공감을 느낀다.
그런 대한편견의 풍토속에서 일본의 한 민간방송이 진실을 내세우며 과감히 도전했다는 용기를 새삼 격려하고 싶다.
진실을 인정하는 자체는바로 용기다. 그것은 또 양심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본인의 양심이 늘 고갈돼있었을 리는 없지만 유독 그동안 한국인에 대해서는 인색했던 것이 사실이다. 아마 이 프로는19l9년 유종열이 석굴암앞에서 한국의 문화재를 깡그리 손상한 일본인의 죄악을 저주한 이후 처음있는 일인의 회개가 아닌가도 싶다. 물론 한국인의 관용과 분발은 더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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