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 스포츠웨어로 유니클로 넘겠다 … 이마트의 공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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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15일 서울 이마트 성수점에서 모델이 ‘데이즈 스포츠’ 의류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 이마트]

이마트가 SPA(기획·생산자가 유통·판매까지 하는 브랜드)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마트는 “국내 SPA 시장 최초로 선보이는 스포츠라인을 비롯해 전분야에 걸쳐 제품을 내놓고 1위인 유니클로를 뛰어넘겠다”고 15일 밝혔다. 또 이마트는 자체 SPA ‘데이즈’의 2023년 매출 목표가 1조원이라고 발표했다. 홍콩·베트남·몽골 진출 방침도 세웠다.

 이날 이마트가 공개한 데이즈의 지난해 매출은 3200억원이다. 유니클로(7000억원)의 절반이 안되지만 글로벌 SPA 1위인 자라(2300억원)보다 앞섰다. 글로벌 SPA와 제일모직·이랜드 같은 패션기업을 젖히고 국내 SPA 시장에서 2위다. 올해 예상 매출은 4000억원이다.

 이마트가 ‘데이즈 1조원 시대’를 위한 차별화 전략으로 앞세운 것은 요가·피트니스·러닝 같은 운동을 할 때 입는 중저가 스포츠웨어다. 여가와 건강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국내 스포츠웨어 시장(9조5000억원 규모)은 매년 10%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전체 패션 시장 성장률의 약 2배다. 특히 이마트에서는 올해 들어 스포츠웨어 판매가 150%나 증가했다. 그런데 나이키·아디다스 같은 유명 스포츠 브랜드가 대부분이고, 생활 체육을 할 때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중저가 제품이 국내에 아직 없다는 데서 ‘SPA 스포츠웨어’를 착안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블루오션 전략’을 택한 것이다.

 이마트 이연주 패션담당 상무는 “미국에서는 타겟이나 월마트 같은 대형마트에서 자체적으로 내놓은 3~4만원대 스포츠웨어가 이미 대중화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마트가 모델로 삼은 타겟의 ‘C9 바이 챔피언’의 경우 연매출이 1조원 수준이다. 이 상무는 “소비자 접근성이 뛰어난 이마트 유통망의 장점을 살려서 가격대가 낮은 생활 스포츠 수요를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아웃도어·골프·스키 의류까지 영역을 확장할 예정이다.

 유니클로식의 ‘신소재 전략’도 더했다. 이마트는 효성과 함께 개발한 ‘웜 스트레치’ 소재를 데이즈 스포츠라인의 주력 상품으로 내세웠다. 겨울 등산바지에 쓰던 기모를 얇은 스포츠웨어에 응용해 따뜻한 느낌의 안감과 신축성이 좋은 스트레치 소재를 접목했다.

유니클로가 기능성 소재 기업 도레이와 손잡고 히트텍·후리스 같은 겨울 히트상품을 내놓은 것과 비슷하다. 스포츠라인은 16일부터 전국 128개 이마트 데이즈 매장 중 110곳에서 판매한다. 가격대는 상·하의가 1만9900~3만9900원, 방풍 재킷이 3만9900~4만9900원이다.

 이마트는 스포츠라인에 이어 남녀 출근복(데이즈 비즈라인), 날씨에 맞춘 아동 외출복처럼 다양한 목적에 맞춘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신생아 용품이 너무 비싸다”는 소비자의 지적에 따라 지난달 내놓은 신생아 라인도 호응을 얻었다. 주머니처럼 생긴 천에 아기를 넣고 지퍼만 올리면 마무리되는 ‘5초 속싸개’의 경우 3주만에 1만장 이상 팔렸다. 이갑수 이마트 대표는 “고령화 사회, 싱글족 증가 같은 인구 구조의 변화에 맞춘 상품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데이즈 제품은 기획은 이마트 바이어가, 디자인은 패션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생산은 중국과 동남아시아 공장에서 한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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