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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집권 3년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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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요즘 상영 중인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 3'는 우주 세계로 확대된 권력과 정치 이야기다. 환경이 바뀌어도 권력의 성질은 변하지 않나 보다.

젊은 남자 주인공은 처음에 권력이 낯설었다. 그러다 권력이 아내의 죽음을 막아 줄 수 있다고 속삭이자 그것을 받아들인다. 이때만 해도 권력은 선한 도구였다. 그 단계를 넘어서면 젊은이는 권력 자체의 마력에 빠진다. 권력은 목적이 돼 버린다. 주인공의 마음속에서 권력은 낯설음→수단→목적으로 변해 갔다.

5년 단임제에서 취임 3년째는 대통령이 권력의 성질을 완전히 파악하는 때다. 그에게 권력은 낯설지 않다. 마치 손에 잘 익은 칼과 같다. 집권 3년째는 수단으로 봉사했던 권력이 목적으로 군림하고 싶어지는 때다. 권력은 자신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쪽에 관심을 기울인다. 절정의 3년째가 지나면 권력이 급속히 새어 나갈 것이란 두려움이 집권자를 초조하게 한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집권 3년째(1990년) 되던 해에 3당 합당을 결행했다. 37%에 불과한 대선 득표율, 국회에서의 절대적 여소야대, 민중세력의 거대한 저항 앞에서 그는 권력을 5년간 지탱하는 것조차 불안해졌다. 그는 오직 권력을 지키는 일에 노심초사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집권 3년째(95년)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구속시켰다. 권력기반이 든든하다는 자신감에 넘쳤다. 소급 입법 논란을 돌파하며 '5.18 광주 특별법'을 통과시킨 것도 국민의 지지를 확신했기 때문이다. 이런 정치행사의 뒤안길엔 두 배로 급증한 국제수지 적자 규모, 눈덩이처럼 불어난 기업의 해외채무 등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외환위기의 전조들이었다. 그는 권력을 정치 쪽에만 사용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집권 3년째(2000년)는 남북정상회담의 화려함으로 수놓아졌다. DJP 공동정권의 취약한 권력기반을 정상회담이란 역사적 승부수로 메울 수 있다는 계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총선에서 패했다. 공동정권도 깨졌다. 부패 게이트는 3년째부터 본격화됐다.

노무현 대통령의 집권 3년째도 불신과 분열에 도전받고 있다. 역대 대통령의 3년째를 보건대 응전의 해법은 정치행사나 권력 강화에 있는 것 같지 않다. 권력은 경제를 일으키고 빈곤을 싸매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

전영기 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