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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기업 배당률, 일본 앞질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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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국내 대기업들이 지난해 일본 기업들보다 후하게 배당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매출액 대비 배당률은 미국 대기업들과 맞먹는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는 한.미.일 세 나라의 매출액 기준 10대 기업(금융회사 제외)의 사업보고서 등을 토대로 2004년도 배당성향 등을 조사했다. 배당성향이란 당기순이익 중 몇 %를 주주들에게 현금 배당했는지를 말한다.

지난해 국가별 10대 기업의 평균 배당성향은 미국(25.2%), 한국(20.2%), 일본(17.3%) 순이었다. 1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을 경우 지난해 미국 기업은 약 25억원, 한국은 20억원, 일본은 17억원을 주주들에게 배당했다는 뜻이다.

국내 10대 기업 중 배당성향이 제일 높은 곳은 KT(53.3%)로 미국 최고인 GM(40.2%)을 크게 앞섰다.

10대 기업의 매출액 대비 배당금은 한국과 미국이 똑같이 1.7%였다. 일본은 0.7%에 그쳤다. 배당성향에서는 일본에 앞서고, 매출 대비 배당은 미국과 맞먹는 등 국내 기업들이 선진국 기업에 손색없는 수준의 배당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배당을 선진국 수준으로 늘리라"는 외국계 투자자들의 주문을 무색하게 하는 대목이다.

지난해 국내 거래소 상장 기업들의 전체적인 배당성향도 10대 기업에 못지않았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12월 결산 상장 법인 중 지난해 배당을 실시한 393개사의 평균 배당성향은 20.6%로 오히려 10대 기업보다 약간 높았다.

배당이 선진 기업 수준에 이른 것은 기업들이 최근 들어 배당을 크게 늘려온 결과다. 2001년 약 3조3300억원이던 거래소 상장 12월 결산 법인들의 총배당금은 지난해 10조1500억원으로 3년 만에 세 배가 됐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타간 배당금은 1조2000억원에서 4조8300억원으로 네 배로 늘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배당을 늘리라는 외국 투자자들의 요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미국에서 기업설명회를 한 SK텔레콤 관계자는 "2005년도 배당성향을 전년보다 10%포인트 올린 35%로 하겠다는 데도 더 늘리라는 소리가 나왔다"고 밝혔다.

삼성경제연구소 박현수 박사는 "외국 투자자의 고배당 요구는 단지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라며 "배당이 선진국 수준에 이른 만큼 앞으로는 외국 투자자 눈치를 보며 배당을 늘리기보다 이익 유보금을 쌓아 미래 투자에 대비하는 경영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주.서경호 기자

◆ 국가별 10대 기업 명단

▶한국=삼성전자.현대차.LG전자.한국전력.포스코.SK㈜.기아자동차.KT.에쓰오일.SK텔레콤(워크아웃 중인 SK네트웍스 제외)

▶미국=월마트.엑손모빌.GM.포드.GE.셰브론텍사코.코노코필립스.IBM.휼렛패커드.홈데포

▶일본=도요타.NTT.히타치.혼다.소니.마쓰시타전기.닛산.도시바.NEC.도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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