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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원 "대통령 반드시 대학 이상 나와야 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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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여옥! 당신마저 둘러대는가!"

▶ 지만원 군사평론가

지만원 씨가 자신의 홈페이지 글을 통해 전여옥 씨가 '학력차별'을 더 강하게 주장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2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인터뷰에서 "다음 대통령은 대학 다닌 경험 있는 분이 적절하다"라고 말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지씨는 이 말을 지지하고 나섰지만 전 대변인이 발언 후 곧바로 "'학력 자체를 말한 게 아니라 학력 콤플렉스에 걸리지 않은 사람이 대통령을 했으면 좋겠다'고 둘러댔다"고 질타했다.

지씨는 학력에 따른 차별은 당연한 것으로 이는 "용도에 대한 차별화이지 인격에 대한 차별이 아니"라며 "대통령은 반드시 대학 이상을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못 배운 사람이 높은 곳에 더 오르면 오를수록 그만큼 죄가 더 커지는 것이다"라고도 했다.

한편 '미디어 오늘'은 전 대변인의 "국민의 지식수준이라든가 또는 국민의 학력 형태도 대학 졸업자가 60%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대학을 다닌 경험이 있는 분이 이 시대에 적절하지 않나 생각했다"라는 발언에 대해 통계청의 2000년 자료를 들어 반박했다. 이에 따르면 25세 이상 중 대졸자는 24.3%, 고졸자가 39.4%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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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지만원 씨의 글 전문.

전여옥! 당신마저 둘러대는가?

"다음 대통령은 대학 다닌 경험 있는 분이 적절하다"는 전여옥씨의 표현은 오랜 만에 듣는 적절한 표현이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전여옥 의원은 반대편에 선 사람들로부터 공격을 받자, 즉시 둘러대기부터 했다. "학력 자체를 말한 게 아니라 학력 콤플렉스에 걸리지 않은 사람이 대통령을 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한말이었다 한다. 전여옥 의원에게 주었던 플러스 점수가 이 변명 하나로 마이너스가 됐다.

필자는 전의원의 첫 번째 발언이 마음에 든다. 이는 노무현씨가 미워서가 아니라 논리적으로 옳기 때문이다. 학력차별?

차별이란 말은 영어의 DISCRIMINATION을 의미한다. 인종차별, 연령차별, 남녀차별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학력에도 그런 차별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발끈한 사람들의 생각일 것이다.

'차별화'라는 것도 있다. 영어로 말하자면 DIFFERENTIATION!

제품의 차별화가 있다. 품질에 따라 제품가격이 다른 것이다. 사람의 능력에도 차별화가 있다. 능력에 따라 연봉이 다른 것이다.

서울대와 여타의 대학들과에도 차별화가 있다. 1983-85년 사이, 필자는 서울대와 고려대에서 매트릭스, 확률, 실험설계 등 수학과목을 동시에 강의한 적이 있다. 필자는 학생들의 소화능력에 천지 차이가 있음을 느꼈다. 서울대와 고려대가 1류와 2류 정도의 차이가 아니라 1등과 10등간의 차이라고 생각했다.

이는 필자의 생각이기 때문에 고대 인구들로부터 항의를 받을 그런 성격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렇듯 분명히 등수가 있는 것을 부정하고 무조건 차별화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지금의 교육과 사회가 삐뚤어지고 있는 것이다.

제품이든 사람이든 용도에 대해서는 차별화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호텔에 근무하는 종업원도 외국어를 몇 개 하느냐에 따라 몸값이 다르다. 이는 용도에 대한 차별화이지 인격에 대한 차별이 아니다. 외국어라면 담을 쌓은 사람과 외국어를 5개씩이나 하는 사람이 호텔에 근무하려면 연봉의 차별대우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을 인격적으로 차별하는 행위는 있을 수 없다.

분석력을 훈련받지 못한 사람들은 인격적 DISCRIMINATION과 용도의 DIFFERENTIATION을 구분할 줄 모른다. 전여옥 의원의 발언을 문제 삼은 사람들이 그랬고, 전 여옥 의원이 그랬다. 필자는 둘러대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둘러대기의 명수로는 누가 감히 김대중을 따라갈 수 있을까? 그런데! 전여옥, 당신처럼 아름다운 여인도 둘러대는가?

대통령! 대통령은 용도의 자리이지 인격의 자리가 아니다. 기업과 국가는 다르다. 규모가 다르고 복잡성이 다르다. 일개 기업을 경영하는 데에도 많은 배움과 학문적 이론이 필요하다. 하물며 국가경영에는 얼마나 많은 배움과 학문적 이론이 필요하겠는가?

대통령이라 해도, 한 사람이 혼자서 수많은 전문분야를 모두 익힐 수는 없다. 많은 전문가들을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에 따라 어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인지를 아는 데에도 대학 이상의 교육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걸 몰라 노무현씨는 S-프로젝트를 비전문가와 향우회에 맡기지 않았는가? 지금은 옛날 링컨 시대와는 다르다. 전문가에게 자기가 알고 싶어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딱부러지게 정의해 줄 수 있는 것도 대학 이상의 능력이다. 전문가의 지식을 용도에 따라 짜낼 수 있는 유도능력도 대학 이상의 학력을 필요로 한다.

대학을 나왔다고 해서 누구나 이런 능력을 가질 수는 없다. 대학을 나온 후에 오랜 동안 자기발전 노력을 경주하지 않은 사람은 죽었다 깨도 이런 능력을 가질 수 없다. 좋은 대학을 나오고, 그 후에도 독서와 자기발전 노력을 많이 해온 사람도 국가를 제대로 경영하지 못할 판인데, 대학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젊은 시절을 경찰에 쫓기고, 감옥에 가고, 남을 증오하고, 학문적 이론을 익히지 못하고, 독서로 가슴을 가꾸지 못한 사람들이 무슨 수로 국가를 경영한다는 말인가? 국가경영능력이 타이타닉에서의 잭-도슨처럼 도박해서 딴 승선권인줄 아는가?

대학을 나오지 못한 사람은 학문적 이론을 접할 틈이 없는 사람이다. 김대중처럼 주워들은 것만 많고, 역사 책 나부랭이를 많이 읽었다고 해서 학문적 이론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들은 문제를 논리적으로 풀 수 있는 과학적 지식이 아니라 원주민적 지식이다. 원주민은 절대로 사회를 진보시키지 못한다. 과학적 이론을 훈련하지 못한 사람은 그에 맞는 직업을 선택하여 자연인으로 살면 된다. 그런 그들을 누가 인격적으로 차별하겠는가? 그러나 그런 능력이 없는 사람이 국가를 경영하는 자리에 가면 국가와 5천만 국민이 비참해 진다. 못 배운 사람이 높은 곳에 더 오르면 오늘수록 그만큼 죄가 더 커지는 것이다.

용도의 차별과 인격의 차별, 차별화와 평준화에 대한 개념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바로 대학조차 나오지 못한 사람들인 것이다.

필자는 대학을 나오지 않은 분들 중에서 그야말로 인격자를 많이 알고 있다. 그 분들이 인격적인 대우를 받는 이유는 분수를 지키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이 자기 능력에 맞게 분수를 지켜 살아간다면 우리 사회가 이렇게까지는 퇴화되지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은 반드시 대학 이상을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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