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위치는 사회발전의 척도"|KBS『내일의 한국여성』심포지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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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 10여 년간 한국은 극심한 사회적 변화를 겪어 왔다. 최근 20∼30년 전까지만 해도 주로 가정만을 지켜 온 여성의 역할이 크게 변화하여 오늘날에는 총 취업인구의 40%를 여성이 점하고 있을 정도다
이러한 극심한 변화는 여성자신이 수용하는데도 갈등이 있고 사회도 저항을 느껴 왔다. 여성과 사회가 이 변화의 의미를 이해하고 적응해야 할 필요가 높아지자 KBS교육 국은 방송으로는 처음으로 여성문제프로그램을 제작, 10일(하오7시50분∼10시)제3TV(UHF)를 통해 방영한다.
여성의 사회적 역할에 관한 대 심포지엄-『내일의 한국여성, 그 역할의 모색』을 주제로 6일 녹화된 이날 심포지엄의 주제강연은 김영정 교수(이화여대·여성문제 연구소장)가 맡았다.
김 교수는 전통적으로 한국여성은 생산의 주요 영역에서 제외된 채 오로지 혼인을 하여 자녀를 낳아 기르고 가정을 유지하되 가부장제도의 윤리체계 안에서 만의 기능만이 인정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과거 어느 때보다 변동의 속도가 급하고 그 변동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도 폭넓고 깊다. 그 중 대표적으로 큰 변화를 초래한 것이 여성의 역할.
핵가족화, 늘어난 여가, 고등교육 보급으로 인한 자아실현의 욕구증대 등은 건전한 방향으로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여성자신은 물론 가정과 사회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 시킨다는 것. 따라서 여성의 역할문제는 여성 개인의 문제로가 아니라 사회적 과제로 다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80∼81년 2년 제 초급대학이상의 교육수혜자 중 여성은 5만5천7백 명. 앞으로 3년 이내 고급인력 화할 여성의 숫자는 15만 명이 될 것이라고 김 교수는 전망하면서 이들을 위해 중간관리직 등 다양한 직종을 개발하고 시간제 작업, 그리고 결혼 후에도 계속 근무토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사회의 여성의 위치는 그 사회발전의 정도를 가늠하는 정확한 척도가 된다』는 스웨덴 사회학자「구스타프·가이가」의 말을 인용하면서 김 교수는 한국여성은 스스로 자질을 계발하고 능력을 길러 사회 속에 스민 부조리와 모순·악습을 제거하는 일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인간성이 날로 상실돼 가는 이 사회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일깨우고 사랑과 소망과 생명을 주는 역할을 여성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라나는 세대들이 일관성 있는 인간관을 세워 스스로 삶을 계획할 수 있도록 하는 책임까지가 여성들이 물려주어야 할 윤리적·문화적 유산이라고 김 교수는 결론지었다.
한편『여성능력의 활성화』를 통해 박영혜 교수(숙명여대·아세아 여성문제 연구소장)는 한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고급유휴노동력인 여성이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얘기하면서 여성자신 또는 남성이 여성의 능력을 낮게 평가하는 것은 사회발전 저해요소라고 지적했다.
여성이 사회에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능력을 길러야 하는데, 이는 국가의 정책수립, 교육과 고용기회 확대 등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명희 교수(동국대·교육학)는『요청되는 한국여성의 사회화와 교육』을 통해 한국여성의 사회화 교육은 여성들로 하여금 넒은 의미의「일」에 대한 가치관정립의 방향으로 실시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중심 가치관에서 능력·태도·기능지식 등 사회화의 방향으로 나가야 하고 여성 스스로가 진취적이고 창조적이며 지적인 존재가 되어 능동적 독립적 적극적 자세로 매사에 임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경숙 교수 (인하대·법학)는『여성의 법적 지위』를 통해 법률상 궁극적으로 남녀평등을 이루려면 호주제도가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경제적 측면』에서 당면한 한국여성문제를 얘기한 이영호 교수(이화여대·정치학)는 여성에게 정치·경제분야가 취약분야라고 지적하면서 여권신장의 필요성을 강조.
이를 위해서는 법과 제도를 바꾸고 여성의 의식화를 위한 교육을 실시해야 하고 다양한 역할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재봉 교수(이화여대·노동법)는『여성과 취업』에서 여성근로자가 전 근로자의 42%라 하지만 거의 단순노동에 종사한다고 지적하면서 관리직·정책결정 직에 오르도록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양자 교수(연세대·영양학)는『생활의 과학화』에서 주부뿐 아니라 전국민이 합리적 사고의 의식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자연보존, 가정에서부터 식생활위생을 지키는 등으로 질병을 예방하는 일, 그리고 과학화의 방법론을 생활 속에 끌어들이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BS는 앞으로도 3월, 5월 등 3개월에 1회씩『산업사회와 여성』『농촌의 여성문제』등 계속적으로 여성문제를 프로그램으로 다룰 것이라고 김영희 교육부장은 밝혔다.

<박금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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