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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제2외국어 학과 통합·축소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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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합의를 통해 결정된 것이 아니므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7일 중앙대 안성캠퍼스 불어학과의 A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숨부터 쉬었다. 중앙대가 지난 6일 발표한 구조조정안에 안성캠퍼스 불어학과(50명)와 독어학과(50명)의 입학정원을 2006학년도부터 각각 40% 감축하는 방안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A교수는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구조조정에 대응방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학의 제2외국어 학과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학내외 요구가 거세지면서 이들 학과가 조정대상 1순위가 된 것이다. 구조조정은 인원감축이나 학과통합, 학과체제 변화 등으로 진행되고 있다.

?학과통합.폐지 추진=건국대는 학부제로 전환하면서 전공 희망자가 적은 불어불문학전공과 독어독문학전공을 없애고 'EU(유럽연합)문화정보학과'를 신설했다. 전주대는 프랑스 언어문화, 독일 언어문화를 내년부터는 유럽 언어문화 전공으로 통폐합할 예정이다. 두 학과를 합친 정원도 지금의 72명에서 내년부터 42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경남대는 러시아.프랑스.독일어.중국어 등 4개 전공 중 중국어만 남겨두고 나머지 3개 학과는 폐지했다.

고려대.경희대.외국어대는 전공자가 적은 어문계열의 박사과정 수업을 한 강의실에서 공동진행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고려대 몇몇 어문학과는 지금까지의 전공 위주 수업에서 벗어나 취업에 유리한 실무교육을 함께 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의 다양성 침해 우려"=이러한 안이 추진되는 이유는 학부 체제 하에서 학생들의 지원이 적기 때문이다. 서울대의 경우 올해 인문대 어문계열 전공을 선택한 학생 중 불문(5명).독문(5명).스페인어(7명) 등을 지망한 학생은 10명 미만으로, 중문(80명).영문(57명)과 대조를 이뤘다. 특히 노문과를 전공하겠다는 학생은 1명뿐이었다. 그나마 전공예약제로 들어온 학생들이 학과 수업을 지탱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대는 내년 입시부터는 전공예약제 인원을 8명에서 1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이에 따른 인재 양성 공백이 우려되고 있다. 안병직 서울대 인문대 교무부학장은 "최근 인기 있는 중문과도 80년대까지만 해도 문호가 개방되지 않아 학생 수가 적었다"며 "학생들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전공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광 고려대 문과대학장도 "문화의 다양성이 침해되고 학문후속세대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국가 차원에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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