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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에 여성 회오리|올 중앙 6개 사의 경우를 보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82년도 중앙 6개 신문사 신춘문예에 12명의 여성이 당선되었다. 지난 80년 5명의 여성이 신춘문예 소설부문을 휩쓸어 놀라움을 자아낸 후 올 들어 또 그보다 더 많은 여성이 문단에 진출한 것은 한국문학에 새로운 흐름을 예고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것은 70년대 말 여성들의 문단진출이 주춤했던 것과 대비되는 것으로 문학에 있어서 도덕성과 감성적인 것들에 대한 민감한 반응이라는 측면이 사상성이나 사회적인 관심과 나란히 하나의 주류를 이룰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올해 중앙 6개 사 신춘문예당선 여성들은 소설부문에 이덕재씨(작품『서수필』서울신문) 이 린씨(작품『모계사』한국일보)등 2명이고 시 부문에는 양애경씨(작품『불이 있는 몇 개의 풍경』중앙일보)가 차지됐다.
희곡부문에는 김신애씨가 작품『천창』으로 경향신문에서,『물위를 날아가는 돌팔매』로조선 일보에 각각 당선하여 기염을 토했고 한태숙씨가 중앙일보에『자장, 자장, 자…』로 당선됐다.
시조부문에는 김경자씨(작품·『탄산일우』중앙일보)가 뽑혔다.
이외의 당선자는 동화부문에 박미숙씨(작품『하늘낚시』 한국일보), 이상례씨(작품『맹이는 내 동생』서울신문), 수필부문에 이숙자씨(작품『겨울이야기』한국일보), 평론부문에 성의정씨(작품『민족주의 음악과 민요사용』동아일보), 동시부문의 박마르가리따씨(작품『엿장수』조선일보), 동화부문에 김영희씨(작품『강 마을 동이』동아일보) 등이다.
12명의 당선자는 올해 전체당선자 41명의 29%를 차지한다.
여성들의 이같은 등장은 각분야에서 여성들의 능력발휘의 기회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현장과 비례해서 재능 있는 여성들이 남성들과 대등한 입장에서 능력을 겨루게 되었다는 사회적인 변화에서 우선 찾아야 할 것 같다.
또 오랫동안 신춘문예심사를 맡아 왔던 최인훈씨(작가)의 지적처럼『여성들이 비교적 많은 시간을 갖고 창작에 전념하면서 정신적인 작업을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여류당선자중 이덕재·김경자·김영희씨 등 이 30대를 넘어선 주부들인 것은 창작에 휩쓸 여유를, 성의정씨가 서울대음대를 졸업하고 대학원조교이고, 양애경씨가 충남대 국문과대학원에, 이숙자씨가 미국 시카고에서 직장에 근무하고 있는 것은 여성의 사회진출 폭이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여성들의 신춘문예 대거진출은 이같은 표면적인 변화에서 찾을 수만은 없을 것 같다. 문학의 측면에서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우리사회의 갈등과 모순을 직시하고 힘있게 부딪쳐 나갈 수 있는 문학이 제약받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적인 감수성이 받아들여졌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실제로 신춘문예심사에 관계했던 많은 문인들은 우리사회의 갈등과 모순을 깊이 있게 파고 들어간 작품이 부족했음을 느꼈다고 말하고 있다.
또 몇몇 그같은 작품들 중「문학적으로 완성되지 못했다」,「특정의 소재다」등의 이유로 아쉽게 탈락시킨 것이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올해 여성당선자들의 수준은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다운 섬세성뿐만 아니라 깊이 있는 주제를 다루려는 노력이 눈에 띄었다고 심사위원들은 말하고 있다. 그러나 심사위원들은 작품에 있어서 사상성의 미흡도 지적하고 있다.
80년대의 문학은 70년대가 드러낸 많은 문제점과 80년대의 문제점을 정리하고 드러내면서 문학화해야 한다는 어려운 임무를 띠고 있다. 여류들도 이같은 일을 감당해야 한다. 올해의 여성당선자들은 흔히 여류문인들이 빠지기 쉬운 일상성과 소재주의에 빠지지 않으려는 노력과 보다 넓은 시야를 가짐으로써 그들의 문학세계를 키워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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