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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 앞지른 경찰수뇌기용|"세대교체" 돌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경찰수뇌부가 한바탕 소용돌이 졌다.
안응모 치안본부 제2부장(치안감)이 선임 치안감 그룹인 서울사경국장 등 3명을 제치고 치안총수자리에 올라 세대교체를 겸한 폭넓은 후속인사바람이 불었기 때문이다.
치안본부장 경질에 따라 치안감 선두주자로 치안본부장으로 올라가는 문턱에 있던 박재식 서울시경국장과 선임인 김상희 경찰대학장(치안경감), 그리고 시경국장과 치안감 동기인 박영천 치안본부 1부장이 후진을 위해 옷을 벗었다.
이에 따라 경찰대학장자리와 치안본부 4개 부장, 서울·부산시경국장, 해경대장 등 열 손가락 안팎의 경찰요직에 대한 개편이 있었고 도경국장인사도 금명간에 단행될 움직임이다.
안응모 치안본부장의 임명은 안 본부장이 서울시경국장을 거치지 않은데다 선임치안감 3명을 앞질렀다는 점에서 경찰내부에 커다란 쇼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치안본부장자리는 군이나 검찰에서 의례적으로 기용되지 않는 경우 거의가 서울시경국장이 승진되는 것이 통례.
안 본부장처럼 서울시경국장을 거치지 않고 치안국장이나 본부장으로 승진한 경찰총수는 9명.
조흥만(19대, 61. 5. 16∼6. 24), 이소동(20대, 61·6·24∼63·12·10), 박태원(21대. 63·12·10∼64·7·8)국장이 5·16후 군복을 입은 채 치안총수자리를 맡았고 한옥신씨(23대, 66·9·19∼67·10·7)가 검찰에서 기용됐다.
경찰출신으로는 정석모씨(29대, 71·12·3∼73·1·16), 최석원씨(30대, 73·1·16∼74· 8·22)가 치안국 공안담당관에서 치안국장자리에 곧바로 승진했다.
치안본부장으로는 74년 8·15사태 후 박현식씨가 군장성에서 예편, 치안총수가 됐으며 장일훈씨가 해경대장에서, 김성주씨가 유정회 소속 국회의원으로 치안총수자리에 올랐다.
경찰의 꽃인 경무관은 모두 40명. 이들 중 70년대 경무관은 18명뿐이고 나머지 22명은 10·26사태 후 숙 정으로 경찰간부들이 밀려난 후 승진된 신참들.
경무관승진자리는 치안감승진에 따른 빈자리 4개. 그러나 70년대 초반이나 중반에 경무관으로 승진하고도 도경국장이나 본부과장자리에 남아 있는 고참경무관 4∼5명이 자의 반·타의 반으로 옷을 벗을 조짐이어서 빈 경무관자리가 열 손가락 안팎으로 늘어나 한차례 승진바람이 불어닥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7월 승진인사에 6차 총경(75년 임명)이 당시 계급정년 6개월을 앞둔 3차 총경(71년 임명)들을 제치고 발탁됐기 때문에 이번에도 8차(77년)나 9차(78년)총경까지 승진물망에 올라 경찰의 폭넓은 세대교체가 예상되고 있다.
치안본부장 경질 설은 선정연휴를 끝내고 첫 등청한 4일 상오 9시쯤.
새해벽두 야간통금을 해제하라는 전두환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새해 첫 날부터 3일까지 3일 동안 치안대책회의 등으로 쉴새없이 바빴던 치안본부 부장과 과장들은 5일 예정된 전 국시-도경 국장회의를 연기한다는 본부장의 지시가 내리자 본부장이 바뀔 것으로 예감, 각방을 기웃거리기도.
상오10시쯤 안응모 본부2부장이 유흥말본부장과 본부장실 문을 잠그고 밀담을 계속하자 2부장이 본부장에 내정됐다는 소문이 퍼졌다.
신임 안 본부장은 68년 월남주재관 때 정부고위층과도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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