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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협조 없인 감청 불가 … 검찰 "간첩수사 올스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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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인터넷상의 프라이버시(사생활) 보호 문제를 놓고 시장의 이익과 국가의 법 집행이 정면 충돌했다. 이석우(48) 다음카카오 대표가 13일 수사기관 감청영장 집행을 거부한다는 초강수를 발표한 다음날인 14일 이 회사 합병신주 주가는 8% 가까이 급등했다. 반면 검찰과 국가정보원 등 수사기관들은 “이러다간 간첩 수사가 올스톱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상 휴대전화 감청이 불가능한 여건에서 수사의 상당 부분을 e메일과 메신저 등 인터넷 감청에 의존해왔기 때문이다. 실제 2013년 인터넷 감청 영장의 95%는 국가정보원이 집행한 것이었다.

 상황이 다급해지자 14일 김진태 검찰총장이 직접 나섰다. 김 총장은 간부회의에서 카카오톡을 겨냥해 “법치국가에서 법을 지키지 않겠다고 나서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며 “검찰은 카톡 대화를 일상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물론 인적·물적 설비도 없고 실시간 감청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예외적으로 유괴·인신매매·마약 등 중요 범죄에 한해 법원 영장을 받아 대화 내용을 사후적으로 확인할 뿐 사용자들의 우려와 달리 명예훼손죄는 감청 대상 범죄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사이버 검열 논란을 조속히 해소할 방안을 마련하라”고도 지시했다. 대검찰청은 15일 유관부처 회의를 열어 국민 프라이버시 보호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그러나 검찰 내 공안·특수라인을 중심으로 위기감이 확산됐다. 검찰은 그동안 수사 대상에 대한 감청 영장을 제시한 뒤 카톡 측으로부터 3∼7일 단위로 특정 기간 동안의 카톡 대화 내용을 받아왔다. 다음카카오 측이 이런 관행을 깨고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당장 강제 집행은 불가능하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대검 관계자는 “지금까지 인터넷 감청은 사업자 협조로 이뤄져 와 실시간 감청장비를 개발하지 않았다”며 “강제집행을 위해선 기술적 준비가 필요한 상태”라고 말했다.

 압수수색 영장 집행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다음카카오 측이 서버 저장기간을 2~3일로 단축하면서 압수영장 발부를 기다리는 사이 대화기록이 없어질 수 있어서다. 다음카카오가 연내 일대일 대화방을 시작으로 내년 3분기까지 서버에 아예 저장하지 않는 ‘프라이버시’ 모드를 도입하면 수사기관이 카톡 대화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은 사라진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인천 50대 모자 살인사건 수사 당시 둘째 아들의 카톡에서 ‘땅을 파고 불을 번지지 않게’라는 시신처리 증거를 찾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네이버·SK커뮤니케이션즈를 비롯한 다른 인터넷 기업들도 대책회의를 여는 등 공동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보기술(IT) 기업 220개가 속한 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 차원에서도 대책을 마련 중이다. 최성진 인기협 사무국장은 “법을 지키면서 수사상 공익과 이용자 보호라는 명분이 조화될 수 있도록 공론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은 “마구잡이식 영장 집행에 따른 기업 측 입장은 이해하지만 영장을 거부하는 방식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민병주 의원은 “사법기관이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효식·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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