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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클릭] 동동 동대문을 닫아라 … 열·두·시면 요우커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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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여러분, 즐거운 쇼핑 되셨습니까. 이제 아쉽게도 영업을 마칠 시간입니다.”

 지난 6일 밤 자정을 5분 앞둔 동대문 두산타워(두타) 쇼핑몰 2층 여성 캐주얼 매장에선 이날 영업시간 마감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당시 고객은 60여 명으로 2층 직원 숫자(58명)를 살짝 웃돌았다. 이마저도 중국 최대명절인 국경절 연휴(1~7일)를 맞아 한국을 찾은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가 대부분이었다. 500평(1652.9m²) 규모의 2층에 입점한 41개 매장 중 한 곳의 대표인 이모(34)씨는 “10년 전만 해도 이 시간이면 고객이 층별로 최소 100명은 넘었다”며 “이젠 밤 늦게 찾는 고객이 많지 않다보니 지난달 리모델링 후 재개장할 때 아예 밤 12시까지로 영업시간을 단축했다”고 했다.

 동대문 상권의 밤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동대문이라는 거대한 도매시장 상권 특성상 소매 위주인 쇼핑몰 역시 밤샘 영업을 해왔지만 최근 자정 이후 심야영업을 접는 곳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두타다. 두타는 1999년 문을 연 이후 줄곧 오전 10시30분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밤샘 영업을 했는데 지난달 재개관 하면서 영업시간을 밤 12시(금·토 제외)까지로 바꿨다.

 지난해 5월 새로 문을 연 롯데피트인은 개장 때부터 아예 영업시간을 밤 12시까지로 정했다. 김효근 롯데피트인 영업팀장은 “롯데 브랜드가 가진 고급스런 이미지와 심야영업은 잘 맞지 않는다”며 “또 심야시간대 매출에 대한 정확한 자료도 없이 무조건 기존 쇼핑몰을 따라 밤샘영업을 하며 상인 고생시킬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부터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주말에만 새벽 2시까지 연장영업을 한다”며 “이때의 자료를 토대로 내년 영업시간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굿모닝시티도 올 6월 영업시간을 오전 4시에서 오전 1시로 앞당겼다. 동대문 쇼핑몰의 심야영업이 줄고 있는 건 무슨 이유를 대든 결국은 고객 감소로 모아진다. 온라인·홈쇼핑 등 24시간 쇼핑할 수 있는 유통채널이 많아진 탓에 동대문만의 매력이 과거보다 줄었기 때문이다. 요우커가 늘면서 국내 고객이 주는 것도 한 이유다. 심야 시간대의 주 고객은 아무래도 관광객이 아니라 국내 고객이기 때문이다.

 직장인 허균(31·잠실4동)씨는 “대학 땐 학교(동국대)와 가까워 1주일에 한 번은 두타에 왔다”며 “요즘은 직장에 다니기도 하지만 인터넷에서 아무 때나 얼마든지 저가 상품을 살 수 있어 굳이 새벽에 동대문에 갈 일이 없다”고 말했다. 두타 양즈바이희득의 김혜아 실장(51)은 “요우커가 점점 많아져 이들을 상대하는 중국인 직원을 써야할 정도”라며 “하지만 밤엔 발길이 뜸하니 굳이 영업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굿모닝시티에서 의류점을 하는 홍병철(56)씨는 “전엔 직원 두 명과 2교대로 장사를 했는데 고객이 줄어 비용을 감당하기 만만치 않았다”며 “야간영업을 안 하니 인건비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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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피트인과 두타가 영업시간을 줄인 데 대해 직선거리 500m 대로변에 나란히 있는 인근 경쟁 쇼핑몰은 어떤 대응전략을 갖고 있을까. 밀리오레는 1998년 설립 이후 줄곧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영업해오고 있다. 헬로apm도 마찬가지다. 장봉수 밀리오레 동대문점 상가관리팀장은 “경기 흐름이 안 좋아 매출이 하향세인 건 사실”이라며 “그러나 ‘야간 소매상’이란 인식이 고객에게 박혀 있는데 굳이 심야 영업을 폐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근 쇼핑몰이 심야영업을 중단하면 고객이 우리에게 넘어올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동대문의 달라진 영업시간에 고객 반응은 다양하다. 직장인 인모(29·길음동)씨는 “늘 방학이면 친구들과 새벽에 동대문을 찾았다”며 “이제 옛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 생각하니 아쉽다”고 했다. 반면 직장인 김보람(26·공항동)씨는 “오히려 백화점처럼 제때 문을 닫으니 왠지 세련된 느낌이 난다”고 말했다.

 조영상 공주대 산업유통학과 교수는 “동대문 상권이 다양한 유통채널의 도전으로 갈수록 상황이 어려워지다보니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일종의 생존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영업시간 변화를 설명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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