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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이론경제팀 퇴장 실물경제팀 등장|안정기반, 제2성장 채비 갖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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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신정연휴에 단행된 통금해제·교복및 두발자율화와 개각은 오랜 통제와 제약을 풀고 경제와 사회일반에 활기를 불어 넣어보자는 의도를 담고 있다는 데서 일관성을 지니고 있다.
세가지 조치는 모두 사회적으로는 제약을 줄이고 경제적으로는 이론보다 실물경제의 경험을 살려 전반적으로 활기를 불러 일으키자는데 초점이 맞추어져있다.
「1·3개각」은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등 23명중 6명밖에 바뀌지 않았으나 총리와 부총리가 포함돼 있어 「소수 대폭개각」의 성격.
특히 총리에 오랜 재야생활을 한 유창순무협회장이 발탁돼 제5공화국 제1의 캐치프레이즈인「새시대 새사람」을 그런대로 충족하게 됐다.
총리와 부총리를 구정권의 핵심과는 무관한 사람으로 바꾸어 새공화국의 새이미지 형성을 위해 노력한 일면을 보여 준다.
남덕우전총리는 공화당정부의 부총리까지 지내「새사람론」이 나올 때마다 미끄럽게 넘어가지 못했던 게 사실.
반면에 유신임총리서리는 5·16혁명직후 군정에서 2개월간의 기획원장관을 끝으로 관직을 떠나 줄곧 재야에 있었고 63년3월 군정연장을 결의하는 각의에 반대, 사표를 던진 것은 유명한 일.
또 김준성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과 나웅배재무장관도 공화당정부때 단한번의 관직도 가진 적 없다.
18년의 장기집권에서 유능하면서 끝내 무명으로 남아있기는 정말 힘든 법이다. 「새사람」선택의 좁은 여유가 여기서 연유된다.
경제부처가 이번 개각의 주된 대상이 된 것은 현 경제여건과 관련, 정부의 경제에 대한 관심의 비중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는 또 남총리에 이어 유총리도 경제전문가 출신을 기용한 것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능력이 중복된다는 이유로 총리와 부총리를 다같이 경제전문가로 하는 것은 피할 것이라는 한 때의 풍설은 저절로 부정됐다.
이웅희청와대 대변인은 3일 개각발표에 즈음하여『전두환대통령이 올해부터 시작되는 제5차5개년계획을 새경제팀으로 추진하고 경제전반에 활력소을 불어넣어 주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개각의 배경을 설명했다. 한 소식통은 또 『개각은 다져진 안정기조위에서 성장기운을 본격화하기 위한 정부의 강력한 결의표명』이라고 했다.
전 경제팀이 안정기반을 닦는데 진력했다면 새경제팀은 그 기반위에서 제2의 도약을 위한 성장의 채비를 갖추자는 의미다.
총리·부총리·재무장관을 모두 이론뿐만아니라 실물경제의 체험까지 갖춘 사람으로 바꾼것은 경제현황에 대한 상황인식과 처방에 있어 이론과 실제의 괴리를 극소화하자는 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 점에서 이론과 실물경제의 시각조정을 위한 작업은 앞으로도 경제정책의 입안과 집행에 관련있는 몇 군데에 더 진행되지 않을 까 하는 추측도 있다.
그사이 기획과 실물경제부처사이, 기업과 정부사이에 경제를 보는 눈이 달라 이견이 있었고 어려운 경제현실에 대응하는 경제부처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두고 시비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들이 모두 경제장관들의 경질을 일찍부터 예고해오던 중요한 지표의 하나이기도 했다. 개각예고지표라고나 할까.
특히 총리와 재무장관을 실제로 기업을 경영한 바있는 실업인출신으로 한 것은 국민경제 주체로서의 기업역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대통령은 작년11월 월례무역진흥확대회의 후 참석자들과의 오찬에서『기업의장들이 경제장관으로 들어와 일하면 좋은 정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때 이미 오늘을 시사한 것이다.
또 이번 개각은 당·정 협조내지 당우위와 관련, 1명(정무1장관)밖에 없던 내각에 나웅배재무·이선기동자부장관·손재직통일원장관등 민정당출신장관이 3명이나 한꺼번에 더 늘어난 것도 주목거리. 이는 민정당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한 것으로서 고도의 전문성으로 말미암아 정당이 미처 추급할수 없는 경제정책의 입안과 수행에 있어서 당과 정부의 협조를 다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번 정기국회 때 당·정간의 불협화음도 「추갱」이라는 전문적인 계수에 관한 것이었다.
이범석통일원장관의 대통령비서실장으로의 전임은 통일과 외교정책에 쏟고있는 전대통령의 관심도를 잘 반영하고 있다.
그기저에는, 자원이 없는 우리가 살아나갈 길은 세계무대에 진출하기 위해 개방체제와 국제적인 감각을 길러나가는 길밖에 없다는 전대통령의 기본철학이 깔려 있다.
11대 대통령취임때 (80년9월2일) 는 총리는 경제, 청와대 비서실장은 외교전문가로 기용해온 등식이 이번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행정부수반으로서의 대통령에 또 하나의 팔이라 할 수있는 비서실도 지난12월 우병규정무1수석을 시발로 하여 이상주교육문화·허화평보좌관·김경원실장이 이동되는등 조용한 가운데 개편이 진행됐다.
비서실장의 경질과 비서진들의 이동이 갖는 정치적의미의 함축이 반드시 명백한 것은 아니지만 비서실이 대통령의 능력과 노력을 보충하는데 그치는 참모 (Staff)로서의 기능에 더욱 충실해지지 않을까 관측된다. 특히 비서실장의 후임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이 쏠렸으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직업외교관 출신 현직 각료로 밝혀져 앞으로 비서실이 가질 얼굴이 더욱 분명해 졌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비서실의 개편·당총재비서실장의 임명, 개각으로 이어지는 최근 일련의 조치는 전대통령이 기회있을 때마다 강조해온 어떠한 형태의 권력층·특권층의 형성도 부용하겠다는 강력한의지의 표현과 함께 내각의 책임과 권한을 확립하여 책임행정·능률행정을 극대화하겠다는 통치철학이 관류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1·3개각이 당초 예상보다 다소 앞당겨겼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청와대비서실장의 후임을 내각 (통일원장관) 에서 메워야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하는 견해가 있다. 그렇다면 내각개편에 대한 전대통령의 구상이 이번에 다 구현된 것이 아니지 않느냐 하는 추측도 가능하다.
이번 개각대상이 경제부처에 거의 국한됐다는 점과 전대통령이 취임한지 1년4개월이나 돼 장관들의 면면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게 된 점등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김옥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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