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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선 핵 전 가능성 적다|동아시아의 핵 배치|로버트·엘리어트<영 전략문제연구소 전략전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오늘날 세계의 핵 보유국들은 각기 같은 급의 상대국들과 대체적인 핵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소련도 미국도 서로 섣부른 핵 공격은 하지 못한다. 선제공격을 할 경우 상대방의 전략 핵 전력이 어느 정도 살아남고 얼마만큼 보복반격을 할 수 있을지 뚜렷한 계산과 자신이 서지 앉기 때문이다. 중공의 핵 전력-4기의 대륙간 탄도탄과 1백15∼1백35기의 중거리미사일-은 동아시아 국지적으로만 보아도 소련을 누를 수는 없는 것이지만 이 지역에서 소련에 대한 억지 력 역할을 하기엔 충분하다.
모스크바는 중공의 산업시설을 말살시킬 수 있으나, 폐허가 된 중공에 정치적 지배권을 확립하고 군사력을 유지한다는 것이 감당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또 공격으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정치적 이익도 별 무 하다.
중공 지도층은 그들이 소련과 전쟁을 치를 만한 군사력이나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일본도 물론 핵무기를 설계·제작할 수 있는 기술적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헌법상의 제약을 받고 있다. 요컨대 동아시아에서는 핵강대국들이 일종의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소련은 군사적 보복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좋은 일본·한국·태평양제국·대만·캐나다 등에 대해서는 비교적 단호해질 수 있다.
반면에 미국은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있는 지리적 핸디캡을 가지고 있고, 더구나 군사적 모험주의를 효과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조약상의 구속과 정치적 제약을 안고 있다.
중공도 북한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북한과 소련과의 관계는 중공의 그러한 행동에 제약을 가하고 있다.
현재 초강대국간의 대결의 초점은 나토동맹국과 바르샤바조약국들이 대치하고 있는 유럽지역과 중동지역에 모이고 있다.
미국이건 소련이건 간에 두 지역에서 전쟁을 수행한다는 것은 이익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미소 쌍방은 각기 한계를 가지고 있다. 예컨대 미국은 태평양지역에 미국의 탄도미사일 적재 잠수함의 3분의1정도만 배치하고 있으며 폭격기와 미사일의 배치를 재조정해야 한다. 미국과 소련은 각각 태평양지역에 전초기지를 보유, 전략무기를 배치하고 있다.
만약 전쟁이 발발한다면 전략무기를 사용하려는 유혹도 증대될 것이다.
캄차카반도에 있는 소련의 주요 탄도미사일잠수함기지와 페트로파브로스크 캄차스키의 다른 군사시설들, 치타와 하바로브스크 근처의 SS-2기지, 바이칼호 동쪽의 SS-4, SS-20기지, 소련중폭격기(6백대)의 약 20%를 배치하고 있는 공군기지 등은 미국의 우선적인 공격목표가 될 것이지만 이들 기지는 한반도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 그러나 소련의 극동기지와 블라디보스로크와 같은 해군기지도 미국의 주요전략공격목표다.
블라디보스토크 부근 해군기지에 대한 핵 공격은 한반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거의 분명한데, 미소의 교전으로 한반도가 직접 피해를 보거나 핵사용 이후의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소련은 태평양함대에 소련이 보유하고 있는 84척의 탄도미사일 잠수함 중 24척을 배치하고 있다.
그러한 무력에도 전쟁억제는 실패되고 마침내 핵무기가 사용될 것이라는 가정이 내려지고 있다. 물론 이것은 반드시 타당한 가정은 아니다.
또 다른 그럴듯한 시나리오는 전술핵무기의 사용, 즉 사단 급과 군단 급에 배치된 전투지역 핵무기의 사용이다. 전면전이 발발한다면 미국은 다른 전투지역의 요구에 따라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소련은 미군의 철수를 방지하거나, 철수를 이용하기 위해 견제공격의 필요성을 검토하게 될 것이다. 견제공격에는 소련군보다는 북괴군이 사용될 수 있다.
이 공격이 재래식 군사력에 의해 수행될 수 있는 한 핵무기의 지원은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재래식 군사력이 공격을 저지하는데 실패한다면 전술핵무기의 사용압력이 가중될 것이다. 북한도 이와 동일한 검토를 하게 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목적을 위한 핵무기의 사용을 단독으로 결정할 것 같지는 않다. 어떠한 전술핵무기의 사용도 워싱턴이나 나토본부 혹은 모스크바의 최고위 정책결정 자 수준에서 검토돼야 한다.
핵무기 사용결정은 전투지역 자체 안의 전술적 상황이 고려돼야 할 것이다.
한국의 경우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될 수 있는데 그것은 한반도에서의 핵 전의 위험을 거의 무시해도 좋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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