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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어부들의 증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납북6개월만에 풀려나 가족의 품에 돌아온 제l공영호선원 21명이 29일 인천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억류중의 생활과 그동안 보고 들은 북괴의 실상을 낱낱이 폭로했다.
이른바「불법영해침범」이란 구실로 재판까지 받았다는 귀환어부들은 『친척들과 동지들과 동지들을 규합해 서울 올림픽개최에 반대하는 여론 투쟁을 조직적으로 전개하라』는 지령을 받았다고 폭로했는가 하면, 장관·검사·교수·국회의원등 지도층인사 앞으로 협박편지를 보내거나 김일성의 선전책자나 녹음테이프를 소포로 부치라는등의 지령을 받았다는 증언도 있었다.
아침7시부터 밤11시까지 계속되는 강제학습시간에 김일성부자의 주체사상을 찬양하는 노래배우기, 그들의 은혜에 감사하고 충성을 다짐하는 편지를 써 낭독하기, 판에 박은듯한 대남선동·비방등은 이제까지 납북되었다가 돌아온 모든 어부들이 겪어온 일이다.
공영호선원들도 북괴측의 이런 가당치도않은 세뇌공작으로 고통스런 나날을 보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영호 선원의 증언가운데는 범연히 보아넘길수 없는 몇가지 새로운 사실들이 있다.
88년 올림픽이 서울에서 개최키로 된데대한 저들의 당혹은 차치하고라도 어부들에게 남한내의 군사시설 및 주요부대위치를 비롯해서 포장마차를 차리는데 드는 비용·식단·손님들의 기호 그리고 전세·월세등 집값에 이르기까지 꼬치꼬치 캐물었다는 사실은 예삿일은 아닌것 같다. 이는 북괴가 간첩의 남파를 격증시키겠다는 암시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상식이나 기준으로 보면 납북어부들을 6개윌내지 8개월동안 세뇌시킨다고해서 그들의 적화노선에 동조하리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북괴는 휴전선근해에서 조업중인 어부들을 걸핏하면 납치해서 강제학습을 시켜왔다. 지난8월에 귀환한 제2태창호가 그렇고 작년11월 송환된 해왕호선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저들의 학습장소만해도 원산의 국제여관, 사이원의 38여관외에 해주여관이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에 알려졌다.
그러면 북괴가 정기적으로 어부들을 납북했다가 이른바, 학습을 시켜되들려 보내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러한 공작은 두말할 것없이 무력적화통일이라는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에 아무런 변화가 없음을 입증하는 것이겠지만, 김일성에서 김정일체제로 이행하는데서 오는 내부적 갈등을 호소하려는 술책임에 틀림없다.
통일일보는 최근 김정일직속의 혁명소조난동에 당과 근로자가 저항한 대규모 무력충돌사고가 신의주에서 일어났다고 보도하고있다. 우리로서 이 보도의 사실여부를 알수는 없으나 무언가 북괴내부에 심상치않은 일이 벌어지고있다는 짐작은 간다.
남한의 어부들을 『약을 먹이면서까지』 기자회견장에 내 보내 김일성부자에 대한 찬양을 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세습독재에 대한 북한주민들의 반발무마책이라 풀이할수도있는 것이다.
그들의 저의가 어떤 것이건 우리가 할일은 그들이 오판에 의한 도발을 하지못하도록 엄중히 경계하는 일이다.
우리 국민들의 반공의식과 내부적 결속이 확고부동한 이상 북괴가 아무리 호전집단이라해도 감히 불장난을 할 엄두는 내지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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