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국, 호주서 반체제 인사 납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 호주로 망명을 신청한 중국 외교관 천융린이 4일 자신의 외교관 신분카드를 보여주고 있다. [시드니 AP=연합]

중국 정부가 호주 내의 중국 반정부 인사들을 납치해 강제 귀국시켜 왔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주(駐)시드니 중국 총영사관 천융린(陳用林.37) 1등비서관(정치담당 영사)은 4일 시드니에서 기자들을 만나 "중국 정부가 호주에서 1000명의 정보요원을 동원해 반체제 인사들을 감시.납치하고 강제 귀국시켜 왔다"고 폭로했다. AP통신과 홍콩 언론의 보도다.

천융린은 8일 전부터 총영사관에 출근하지 않고 은신생활을 해왔으며 3일 밤 시드니에서 열린 반중시위 현장에 부인.딸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시위는 6.4 천안문(天安門) 사태 16주년을 하루 앞두고 열렸다. 그는 "호주 정부가 지난달 31일 망명신청을 거부해 더 이상 숨지 않고 공개적인 활동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은 대형 부패사건에 연루됐던 란푸(藍甫) 전 샤먼(廈門)시 부시장을 강제 귀국시키기 위해 정보요원들이 그의 아들을 납치해 먼저 귀국시켰다"고 폭로하고 "이와 유사한 10여 건의 납치 사례.증거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호주의 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로서 양국 간의 외교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

망명신청 이유에 대해선 "나는 파룬궁(法輪功) 수련생들과 민주화운동 인사 등 호주에 있는 중국의 반체제 인사들을 도왔다"면서 "그동안 그들에 대한 감시보고를 본국에 하지 않아 중국에 송환될 경우 장기감금 또는 사형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1989년 당시 중국에서 학생운동에 참가했다가 사상 재교육을 받은 뒤 외교관에 채용됐다고 한다. 그는 망명이 거부되자 보호비자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호비자를 받게 되면 가족들과 함께 호주에서 영구히 머무를 수 있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