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김우중씨의 귀국과 처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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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김우중 대우그룹 전 회장의 귀국이 세간의 관심거리로 등장했다. 그가 해외로 도피한 지 5년7개월이 지났다. 그는 "정당하게 공과를 평가받고 싶다"고 한다. 일부에서 사면설이 유포되는 가운데 검찰은 공항에서 신병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의 귀국 여부가 뉴스의 초점이 되는 것부터가 문제다. 당연히 귀국해 법의 판단을 받아야 할 사람이다. 그런데도 무슨 작전을 벌이듯 여론을 저울질하고 동정론을 유포시키는 듯한 태도는 옳지 않다.

먼저 분명히 해 둘 것은 김씨는 결코 영웅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40조원의 분식회계를 저질렀고, 금융회사로부터 10조원의 사기대출을 받았으며, 20조원을 해외로 빼돌린 범법자다. 이로 말미암아 우리 경제가 얼마나 큰 후유증을 앓았으며 피해를 본 사람 또한 얼마인가.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한 수십조원의 공적자금을 금융기관에 투입해야 했다.

물론 김씨가 굴지의 대그룹을 일궈 국가경제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본인으로선 외환위기의 원흉으로 일방적으로 매도당한 억울한 심정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 대한 평가는 사법 판단 이후의 일이다.

그는 침몰하는 대우호를 팽개친 채 해외로 도피하는 부적절한 처신으로 국민을 실망시켰다. 이제라도 과거 불법 행위에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겠다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한때 이 나라의 개발에 한몫을 담당한 인물로서 평가받을 수 있다. '건강이 안 좋다' '아직 사회에 기여할 몫이 남아 있다'는 따위의 장외 여론 조성은 스스로 그만둬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김씨는 전 대우 회장답게 처신해야 한다. 법을 어긴 일, 책임질 일을 솔직하게 고해성사해야 할 것이다. 주변을 동원해 여론 조작이나 하다가는 엄청난 역풍을 맞을 것이다. 먼저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그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기업 경영보다 더 어려운 숙제가 그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