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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씨 귀국 앞두고 정부-대우-피해자-정계 분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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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69) 전 대우그룹 회장의 3일 무렵 입국설은 무산됐다. 측근들은 이달 13일, 혹은 20일을 전후해 귀국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검찰의 행보가 바빠졌다. 전 대우그룹 직원 모임, 대우사태 피해자 모임도 김 전 회장의 귀국에 대비하고 있다. 정.재계의 김 전 회장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귀국 즉시 검찰조사= 김 전 회장측이 귀국 이후 처리문제를 놓고 정부측과 막바지 물밑 협상중이기 때문에 귀국이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 재계의 관측이다. "김 회장이 귀국시 대국민 사과성명 같은 것을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는 검찰 관계자의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게 4일 조선일보의 분석이다.

검찰은 현재 김 전 회장에 대한 체포 영장이 발부된만큼 공항 도착 즉시 김씨를 체포해 대검 중수부로 압송할 방침이다. 그가 체포되면 41조원대의 분식회계를 통해 9조 2천억원을 사기대출 받고, 대우 런던법인을 통해 25조원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 퇴출을 막기 위해 비자금을 조성해 정관계 로비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를 받게 된다.

◇옛 대우맨들 분주= 귀국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옛 대우맨들이 분주해졌다. 김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유진그룹 백기승 전무는 입국에 따른 의전과 변호인 선임, 병원치료 등 앞으로 전개될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활발한 대외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국이 최종 결정되면 언론에 미리 알리고 공개적으로 들어온다는 게 김 전 회장측의 설명이다.

대우그룹 386 운동권 출신 인사들의 모임인 '세계경영포럼'은 오는 24일쯤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김 전 회장의 세계화 경영에 대한 재평가를 목적으로 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또한 옛 대우출신 임원들의 모임인 '대우인회' 정주호 회장은 3일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대우에 대한 공과가 바르게 평가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며 역량결집을 촉구했다. 그는 귀국배경에 대해 "금감원의 고발로 시작된 관련 임원들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지난 4월 대법원 판결로 확정된 이상 재판에 미칠 영향이 없어졌고 대법원 판결에 대한 본인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밝혀야겠다는 판단으로 귀국을 결심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회원 20여명은 4일 소백산 산행에도 나선다.

◇피해자 모임도= 이같은 지지세력 행보에 맞대응하듯 지난 99년 대우사태 이후 개별적 산발적으로 대응해오던 피해자들은 최근 공식 집결을 선언했다. 4일 해럴드경제에 따르면 대우사태 피해자들은 이날 '대우피해자 대책위원회'(임시의장 박창근)를 구성하고 오는 10일 저녁 긴급 대책회의를 갖기로 했다. 귀국이 임박한 시점에서 피해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성명서를 채택하기 위해서다. 현재 대책위는 인터넷 다음 카페를 통해 구체적 피해 사례를 접수중이다.

◇정.재계 재평가 논란= 김 전 회장의 귀국이 '초읽기'에 접어들면서 정.재계에서 '재평가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귀국 후 그가 검찰에서 진술할 대우그룹 해체를 둘러싼 '진상'이 엄청난 파장을 몰고올 수 있다며 '김우중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 베트남 방문길에 김 전 회장을 만난 열린우리당 김종률 의원은 4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대우 사태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 감정이 여전한만큼 김 회장이 국민의 상처를 아우르는 성의있고 납득할만한 선행조치, 즉 사과와 사법책임을 감내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은 "김 전 회장 때문에 쏟아부은 공적자금이 28조원에 달하고 이 중 국민 혈세로 충당할 액수가 최소 15조원"이라며 "반드시 책임을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4일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김인영입니다'에서 "(대우그룹 부도) 당시 DJ 정권하에서 정권의 합리성을 깔고 여러가지 한 게 있으니 그런 것을 다 같이 볼 필요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우그룹 부도 과정에 문제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확신하고 있다"고 답했다.

재계는 "이제 매듭을 풀고 가야할 때"라는 반응이 주류다. 재계 관계자는 "장기 외유가 계속되면 본인은 물론 국민경제에도 도움될 게 없다"며 "김 전 회장은 한때 한국경제를 대표했고 아직도 인적 네트워크가 살아있다는 점에서 하루빨리 결론을 내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중과 대우사태= 그는 교육자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나 67년 자본금 500만원, 직원 5명으로 대우실업을 창업했다. 대우그룹은 이후 90년대 재계서열 2위까지 올라섰다. '세상을 넓고 할일은 많다'는 베스트셀러를 펴낸 김 전 회장은 93년 세계 경영의 경영이념을 선포하고 세계기업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IMF 관리체제 하에서도 동구권과 구소련 진출, 쌍용차 인수 등 확대경영 전략을 편 것이 그룹 몰락의 원인이 됐다. 결국 99년 6월말 대우 사장단 전원이 사표를 제출한 데 이어 7월 19일 유동성 위기 극복방안으로 김 전 회장의 10조 1천억원 상당의 전재산 담보제공이라는 처방이 제시됐다. 8월에는 대우그룹 채권 은행단이 대우그룹에 대한 워크아웃을 결정했다.

그는 99년 10월 18일 중국 산둥성의 옌타이 자동차부품공장 준공식에 참석하고 종적을 감춘 뒤 해외에서 잠행을 계속해왔다. 2003년 1월에는 포천지와의 인터뷰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해외에 나가 있으라고 했다"고도 했다. 대법원은 지난 4월 29일 대우그룹 분식회계 등에 대해 임원 7명에 대해 23조 추징금 및 유죄를 선고했고, 5월 13일에는 법무부가 유죄가 확정된 임원 중 4명에 대해 특별복권 조치를 취했다.

디지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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