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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의 문학 터치] '70년대생'식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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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70년대생 작가군'이란 얘기가 솔솔 들린다. 두부 자르듯 세대로 가름하는 일이 얼마나 작위적인지 문단도 안다. 1970년대에 태어난 작가들이 전 세대와 또렷이 다른 작품 세계를 형성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가령 68년생 김영하와 70년생 한강 중 전통 소설에 가까운 작품 세계는 단연 한강의 것이다. 그럼에도 어떠한 존재감-그러니까 70년대생을 이전 세대와 뭉뚱그리기엔 어딘가 찜찜한-은 분명 존재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 복판 또는 선두에 김경욱이 있다. 71년생, 90학번이다.

신예인줄 알았다면 오해다. 최근 출간된 소설집 '장국영이 죽었다고?'(문학과지성사)까지 벌써 작품집 7권을 내놨다. 등단한지 12년째. 그 세월 동안 작가 김경욱은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

표제작 '장국영이 죽었다고?'는 작가를 그대로 보여준다. 맞춤법이 가르치는 '장궈룽(張國榮)'이 아니다. 영화 '아비정전'에서 거울을 보며 맘보 스텝을 밟던 홍콩 배우는, 적어도 이 장면을 기억하는 작가 또래에겐, 장궈룽이 아니라 장국영이어야 옳다. 최루탄 연기 뿌연 80년대 사춘기를 보내고 별안간 사회주의가 멸종될 즈음 대학 생활을 시작한 오늘의 30대에게 장국영.커트 코베인.CNN.스타 크래프트 등속은 현재의 삶을 이루는 일상 자체다. 틈틈이 향유하는 문화의 차원이 아니다.

또 다른 특징이라면 이 기사를 들겠다. 기사는 부러 작가의 문체를 흉내내려 애썼다. 메마르고 분석적이고 설명적인 문체는(여기까진 얼추 흉내가 가능했다), 매우 지적이었다가 때로 절망적인 감수성을 토해낸다(이 대목에선 실패 인정!).

문체는 작가가 작품과 늘 한발짝 떨어져 있다는 인상을 준다. 과거 자신과 관계된 사건을 소설의 틀을 빌려 풀어낸 듯 싶은데, 고백이나 무용담의 어조와는 한참 다르다. 복기(復碁)하듯 치밀하고, 차라리 냉정하다.

아무래도 냉철함은 작가 개인의 특성에서 대체로 비롯된 듯하다. 그는 늘 반듯하다. 깎아놓은 밤같은 외모와 한치 흐트럼 없는 처신까지 세련됐고 모범적이다. 그는 늘 오전 시간 정해놓은 양만큼만 컴퓨터 자판을 두드린다. 머리에 벼락을 맞아야 원고지를 찾았다는 선배 작가들과 판이하다. 아마도 이 점이 김경욱을 비롯한 70년대생 작가군의 특징 중 하나일 것이다. 그들은 배가 고파 펜을 들거나, 혁명을 상실한 아픔을 못 이겨 책상 앞에 앉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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