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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다 그러는데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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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강홍준
강홍준 기자 중앙일보 데스크
강홍준
논설위원

“강남에선 다 그러는데 왜 나만 갖고 그래요?” 입학사정관(입사)전형 비리로 경찰 수사를 받던 학부모 이모(49)씨가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한다. 자신은 목동에 살지만 강남에선 더하다는 밑도 끝도 없는, 물귀신 같은 주장이다. 그의 말에 복장 터지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강남에 살며 자녀를 대학에 보낸 사람은 잠재적인 범죄자가 됐다. 강남에 살면서 대입에 실패한 사람은 교사를 동원해 스펙을 위조할 능력도, 위조서류를 받아 줄 만한 대학을 감별할 정보도 없는 무능력자로 전락했다. 강남이나 목동을 향해 손가락질하는 사람은 마음이라도 편하면 다행이다. 수능·학교생활기록부 말고도 플러스 알파를 요구하는 현행 대학입시가 여전한 상황이니 언제든 피해자로 전락할 수 있다.

 입사전형은 학생부종합전형이란 이름으로 바뀌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수도권 대학에서는 전체 모집인원의 30~40%에 달할 정도다. 학교 밖에서 따낸 수상 경력 등은 거의 인정해 주지 않을 만큼 오히려 ‘오버스펙(과잉경력)’은 감점을 받도록 제도적 보완도 이뤄지긴 했다. 하지만 이번처럼 학교 교사와 학부모가 결탁할 경우 대학은 이를 절대로 걸러낼 수 없다. 그런 사례가 많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나 단 하나라도 있다면 이 제도의 신뢰는 붕괴될 수밖에 없다.

 옛날처럼 본고사나 학력고사처럼 공신력 있는 시험 하나만 쳐서 그 성적으로 대학을 가는 게 차라리 낫겠다는 한편의 목소리도 있다. 시원하고도 화끈해 보이는 대안이긴 하다. 하지만 군사정부의 과외 금지 때와 같은 혁명적인 상황으로 다시 돌아가기엔 우리는 이미 한참을 지나왔다. 대학은 이미 교육부의 지원금을 받아 입학사정관을 채용했다. 학생부종합전형을 포함한 대학의 수시전형 모집인원만 전체의 50%를 넘었다. 단순 무식한 시대로 회군하려면 희생시켜야 할 게 너무나 많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강남 전체를 잠재적 우범지대로 만든 이씨는 불구속 입건됐다. 비리에 연루된 교사들 중엔 한 사람만 다른 죄와 연루돼 구속됐을 뿐이다. 허위서류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대학은 이니셜로 가려져 멀쩡하다. 우리 사회의 신뢰자산을 결정적으로 갉아먹은 비리인데, 너무 관대한 건 아닌가. 비리를 저질렀다간 패가망신하고 10년 이상 대학 문턱도 못 간다고 하자. 대학은 정원을 왕창 감축당하고 심하게는 문을 닫는다고 하자. 그래서 비리로 얻은 수익보다 손실이 열 곱절 크다고 하자. 그런 상황에서도 “남들 다 그러는데 나만 왜?”라는 말이 나올 수 있을까.

강홍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