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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현대무용제 초청된 전위 안무가 반데키부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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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요즘 서울 대학로는 지난달 22일 시작된 '모다페(국제현대무용제) 2005'의 열기로 뜨겁다. 한 춤 전문지는 실험성 강한 외국의 최신 무용을 대거 초청한 올해 모다페 행사를 '최상위 예술가들의 몸말 격전'으로 표현했다.

이번에 한국을 찾은 외국 안무가들 중 벨기에 출신의 안무가 빔 반데키부스(사진 (右))는 전위적인 측면에서 단연 일급으로 평가받는다. 심리학을 공부하다 뒤늦게 무용으로 돌아선 그는 시각장애인을 무용수로 기용하는가 하면 2003년 발표한 '소닉 붐'에서는 라디오 방송의 지시에 따라 유리조각으로 자신의 가슴을 긋는 현대인의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물론 무용수는 실제로 가슴을 찢었고, 피가 흘렀다.

튀는 무용에 관한 한 뒤지지 않는 한국의 무용가 안은미(左)씨가 지난달 31일 빔 반데키부스를 만났다. 안씨도 4.5일 서강대 메리홀에서 '레츠 고!'를 공연한다. 둘의 대화는 안씨가 묻고 빔 반데키부스가 답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마침 두 사람은 1963년생 동갑나기다.

-3일과 4일 대학로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PUUR(순수)'를 공연하는데.

"싱가포르에서 세계 초연을 한 작품이고 한국에서 두 번째 공연이다. 지금까지 아시아는 유럽 시장에서 검증된 작품 만을 수입해 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엔 반대다."

-어떤 작품인가.

"조금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다. 생과 사의 문제를 다룬다. 성서의 이야기도 나오고 5000년 전 인도의 이야기에서 따온 대목도 등장한다. 내가 직접 대본을 쓴 영상에서는 세 살이 안된 어린아이들을 모조리 찾아 죽이는 잔인한 장면이 등장한다. 아이의 팔이 잘려 나간다. 이 장면은 과거에 일어난 일이다. 무대 위의 시간은 현재다. 무대 위의 인물들은 영상 속 과거를 회상한다."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나.

"물론 현재에도 인간이 인간을 대량 학살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게 출발점이었다. 그렇지만 그래서는 안된다는 사회적인, 또는 도덕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지는 않다. 표현 방식도 간접적이다. 나는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상징을 사용하고 싶지 않다."

-당신의 무용이 항상 폭력적으로 흐르는 이유는.

"도발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려는 것은 아니다. 폭력적인 장면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오히려 나는 움직임에 관심이 크다. 움직임의 조각들은 의사소통하고 싶은 충동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는 8월 아비뇽 페스티벌에서도 공연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절벽을 깎은 채석장에서 공연한다. 바위 뒤에서 무용수들이 튀어나오고 돌바닥 위에 무용수들이 미끄러질 것이다. 기대된다." 02-738-3931.

글=신준봉,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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