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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선 묶고 한·일 '배 줄다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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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우리 측 경비정이 먼저 검거했으니 우리가 자체 조사하겠다."(한국 측) "신풍호가 불법조업뿐 아니라 일본 보안관까지 태운 채 도주했으니 나포.조사가 불가피하다."(일본 측)

한국 어선 한 척을 놓고 한.일 양국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해상에서 팽팽히 맞서고 있다.

▶ 1일 오후 5시40분쯤 울산시 울주군 간절곶 남동쪽 16마일 해상에서 한국 어선(신풍호)을 사이에 놓고 한국 해경 경비정과 일본 순시정이 서로 밧줄을 묶고 대치하고 있다. 왼쪽 두번째부터 일본 순시정, 신풍호, 한국 해경 경비정. [울산해경 제공]

◆ 긴박했던 순간=지난달 31일 오후 11시27분쯤 부산시 기장군 대변 동쪽 43.2㎞ 해상(일본 EEZ 내 4.8㎞)에 머물고 있던 신풍호가 일본 순시정(PC-215호.150t급)의 레이더에 포착됐다.

해경에 따르면 당시 근처에서 경비 중이던 일본 순시정 3척이 동시에 서치라이트를 비추며 신풍호에 접근, "불법조업을 했으니 나포하겠다"며 "배를 멈추라"고 방송하자 신풍호는 한국 쪽 EEZ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일본 순시정은 즉각 추격에 나서 한.일 EEZ 경계선 부근에서 신풍호에 접근, 양측 배 옆구리를 마주 붙인 뒤 일본 보안관 3명이 신풍호로 뛰어 올랐다. 이 과정에서 1명이 바다에 빠지자 일본 순시정이 구조작업을 벌이는 사이 신풍호는 한국측 EEZ내 1.28㎞까지 도망친 뒤 1일 0시19분쯤 부산해경에 "일본 순시선이 우리 배를 나포하려 한다"고 신고했다.

◆ 사건 현장=울산시 울주군 간절곶에서 25.6㎞ 떨어진 한국 측 EEZ 해상에서 신풍호 선원 8명은 15시간 동안 배 안에서 머물다 이날 오후 5시부터 우리 측 경비정으로 옮겨 탄 채 대기 중이다. 신풍호에는 우리 측 해경 직원과 전경 8명, 일본 측 순시선 보안관 8명 등 모두 16명이 타고 있다.

이곳은 한국 영해(해안에서 21.6㎞까지)가 아니어서 어느 나라 국적의 선박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

신풍호 좌우 옆구리에는 울산해경 소속과 경비정(130t급)과 일본 해상보안부 소속 순시선(150t)이 밧줄로 묶은 채 대치 중이다. 당초 3척씩을 묶었으나 높은 파도로 인해 충돌할 위험이 커지자 1척씩으로 줄인 것이다. 또 주변에 있는 부산해경 소속 1503호 경비정(1500t급)에서는 김승수 울산해양경찰서장 등 우리 측 5명과 일본 대마도 이즈하라 해상본부의 무라마쓰 바루와키 구난과장 등 4명이 이날 오후 1시15분부터 협상을 시작했다.

이날 아침까지 현장에는 우리 측이 모두 6척으로 일본 측(3척)보다 많았고 이 가운데 5척이 250~1500t급으로 일본측( 모두 150t급)보다 큰 규모였다. 그러나 정오쯤 일본 측 배가 5척으로 늘어나고 우리 측이 250t급 한 척을 철수시켜 균형을 맞추는 듯하더니 오후 7시쯤 일본 측이 500t급, 3000t급을 잇따라 출동시켜 척수와 규모에서 우리 측을 압도했다. 우리 측도 오후 9시쯤 부산해경 소속의 3000t급을 출동시켜 위력 대결을 펴고 있다.

◆ 선상 충돌=신풍호에 올라탄 일본 보안관 2명이 배를 멈추기 위해 곤봉과 헬멧으로 조타실의 창문을 깨고 들어가려다 선장 정욱현(38)씨 등 선원들과 충돌이 벌어졌다. 신풍호 갑판장 황갑순(38)씨는 "일본 순시정 요원이 휘두른 곤봉과 헬멧으로 5~10분가량 정신없이 맞았다"고 말했다.

울산=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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