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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년 태국 외환위기 책임…중앙은행 전 총재 "4조원 배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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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태국의 레응차이 마라까논드(사진)전 중앙은행 총재가 법원으로부터 1860억 바트(약 4조5700억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개인에게 내려진 배상 판결로는 태국에서 사상 최대 규모다.

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마라까논드는 외환위기 당시 고정환율제를 지키기 위해 무리하게 시장에 개입하다가 막대한 손해를 끼친 점이 인정돼 이 같은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잘못된 판단으로 태국의 외환 보유액에 손실을 입힌 것은 중대한 과실"이라며 한 달 안에 배상금을 내지 않으면 재산을 압류하겠다고 밝혔다.

태국 중앙은행은 1997년 5월부터 환율방어를 위해 갖고 있던 외환을 대규모로 시장에 투입했지만 실패했다. 태국은 같은 해 7월 고정환율제를 변동환율제로 변경했지만 투기세력의 공격에 시달리다 한 달 뒤 국제통화기금(IMF)에 172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외환위기와 관련해 현 행정부에서 소송을 당한 것은 마라까논드가 유일하다. 많은 정치인과 관료들이 외환위기와 관련해 비난받았지만 기소되거나 처벌받지는 않았다. 태국의 영자신문 더 네이션의 타농 깐통 국장은 "마라까논드는 정치적 희생양"이라며 "정부는 외환위기에 대해 누군가 책임을 지고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이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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